요즘은 그 풍속이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결혼을 한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많이 지배적이라지요.

근데 그 출가외인이라는 풍습이 우리 고유의 풍습이 아닌

명나라에서 들어온 유교적 풍습이란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죠.

 조선초기..임진왜란 전까지만 하더라도

딸이든 아들이든 똑같이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을 뿐더러

부모의 제사도 똑같이 지냈다는 걸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자우대 풍습, 아들을 귀히 여기는 풍습은

임진왜란 이후부터였다고 말이죠.

옹주의 결혼식은 최초의 친영례를 치른 숙신옹주의 이야기라지요.

세종대왕의 이복누이이기도 한 숙신옹주의 결혼전까지는

시집간다는 말이 없었다합니다.

오히려 남자들이 장가를 들어 처가살이를 했다하네요.

그러고보면 이율곡 선생도 어머니 신사임당의 친정인 강릉 오죽헌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한 이야기도

그 연유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싶네요.

명나라사신들이 와서 우리의 장가가는 결혼풍습이 미개하다 비웃는다해서

왕실에서부터 본을 보여 친영례를 치루겠다한 부분에서는

좀 분통이 터졌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글을 만들 정도였던 세종대왕의 시대만큼은

사대사상에서 벗어나지않았을까 싶었건만

역시 유교를 바탕으로 정치를 펼친 조선인지라

유교의 본향인 명나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었구나 싶더군요.

그렇게 명나라의 풍습을 따라,

왕가가 먼저 본을 보인다는 명분에 따라

아직 어른이 채 되지도 못한 옹주는 낯선 시집살이를 시작하게됩니다.

든든한 내편이 되어주겠다한 남편도 오늘날로 치면 일명 마마보이인데다가

시모도 보이지않는 기싸움을 하겠노라 운휘, 숙신옹주에게 야멸차기만 합니다.

보통 조선의 여인이었다면 눈물 한바가지 쏟아내며

고된 시집살이를 참아냈겠죠.

그게 우리가 아는 조선 여인의 모습이었으니깐요.

하지만 운휘는 달랐습니다.

옹주여서가 아니라 한 여인으로서 그녀는 홀로서기를 택합니다.

비로소 소녀에서 여인이 되던 그 날 그녀는 세상과 당당하게 맞섭니다.

잠시 생각해봅니다.

운휘가 시집을 박차고 나온 행동이 과연 조선 중기 이후였다면 가능했을까하고요.

그리고 그녀가 비록 후궁의 딸이기는 하나 왕가의 자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하고요.

혼서를 구겨지고 대문을 박차고 나온 운휘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모쪼록 그녀가 세상과 타협하지않고 그녀의 길을 갔기를 바래봅니다.

그녀처럼 용감한 조선의 여인들이 더 있었다면

오늘날에도 시집가는 결혼이 아니라 장가가는 결혼이지않을까 잠시 상상해보네요.

요즘 시댁보다는 처가와 더 가깝게 지내는 가정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어른들은 세상 말세라 하시지만

조선초기까지의 결혼풍습을 생각해보면 옛 것을 지켜가고있다해도 되지않을까요..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