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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그림형제의 동화인 백설공주를 패러디 한 소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저자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전작인 위키드 역시 오즈의 마법사를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한다. 패러디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원전의 비틀기 정도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우선 이 소설의 배경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로, 이야기 자체도 그 시대적 배경 만큼이나 묵직하다. 또한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매혹적고 위험하다는 두 인물 "체사레 보르자"와 "루크레치아 보르자" 남매가 그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백설공주의 이름도 무려 "비안카 데 네바다"라고 한다.

체사레와 루크레치아 남매는 세속적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를 아버지로 둔 고귀한 신분이면서 이탈리아 경쟁구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정적들을 독살했다는 소문을 남겼고 루크레치아의 의혹많은 여러차례의 결혼으로 악명을 날린 실존 인물들이다. 비안카가 아버지인 비첸테와 함께 살고 있는 평온한 몬테피오레 마을에 어느날 이 살벌한 남매가 나타나 비첸테에게 성스러운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를 찾아오라는 임무를 맡긴다. 비첸테가 떠난 사이 이들은 서서히 욕망과 본성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평온하게만 살아온 비안카를 점점 곤경으로 내몬다.

오리지날 백설공주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 하는 대사의 주인공인 아름다운 계모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루크레치아다. 루크레치아는 이 모든 계혹을 꾸민 장본인이자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 자신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사랑정도는 서슴없이 빼앗아 버리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복잡 냉혹한 인간의 모습을 연출한다. 한편, 비안카는 한없이 순수함을 간직한 소녀로 그려진다. 아무리 가혹한 운명도 이 소녀에게서만은 조금씩 비켜간다. 소녀의 순수함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삭제하길 바랬던 루크레치아의 질투는 결국 그녀 자신을 파멸의 길로 내몬다.

구전동화를 모티브로 해서 실제 역사를 교묘하게 덧입힌 이 소설은, 난쟁이와 백마탄 왕자님 정도가 나오던 원래의 동화와 비교하면 훨씬 더 깊이 있는 환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 속의 난쟁이들은 흔히 알고 있는 키 작고, 코 크고, 모자 색으로 구별되는 친절한 존재들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미묘하게 엇갈린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이색적인 생명체로 등장한다. 원전과는 다르게 이들이 바로 이야기의 중심인 거울의 원래 주인이기도 하다. 또한 백설공주를 죽이는 대신 사슴의 심장을 가져가는 사냥꾼과 같은 본래의 친숙한 에피소드부터, 거위소년이나 이슬람의 캠 왕자나 에덴동산의 생명나무 이야기같은 실존인물과 동화를 연결해 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얽혀있다. 큰 줄기는 같지만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중후하고 매혹적인 백설공주(비안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