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에서 마음 약한 아가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나를 무시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주 대놓고 밟는 다는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내가 싫어 죽겠어, 너무나 한심해' 이런 생각만은 해서는 안된다. 초고속으로 남자의 밥이 되는 방법은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이다."

B급 연예의 정의와 함께 그에 해당하는 여러 유형들, 이태원걸의 속내라던가, 토이남 공략하는 법,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에피소드, 유부남, 영계와의 사랑때문에 상처입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초반부를 읽는 동안에는 뭐 그저 그런 극단적인 연예담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로 가면 갈수록 첫인상과는 달리 실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주변 누군가에라도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 가벼운 연애담으로 끝나지 않고 매의 눈으로 바라본 남녀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난 깊이있는 조언.

저자가 정의하는 B급 연애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여자가 불쌍해지는 연애를 말하는 것이라서. 상처없이 듬뿍듬뿍 사랑받으면서 자란 귀한 집 아가씨라면 조금 와닿지 않는 면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여자가 남자들의 열성적인 구애를받으며 공주님같은 사랑을 하는 건 아닐테고, 남자때문에 마음 아파본 모든 여성들이나 혹은 자신감 없이 끌려다니면서 시녀같은, 혹은 구걸에 가까운 연애를 하는 모든 여성들, 또 더러는 비슷한 경우의 남성들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젊은 아가씨가 대놓고 삐딱한 시선을 드러내는 것이 못마땅 하기도 하고, 세상이 그렇게 어둡기만 하냐고 핀잔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랑때문에 심청이 임당수에 몸던지듯 한겨울에 살얼음 낀 찬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까지 종종 나오고 있는 걸 보면, B급 연애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 암울한 기분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과 괴리감 느껴지는 교과서같은 아름다운 카운셀링보다는 이쪽이 훨씬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아는 언니에게 찾아가 하소연하고 토닥임을 받다보면 '아 그래도 세상에 나혼자는 아니구나' 하는 전향적인 기분으로 바뀌게 되는 것 처럼, 애정이 담긴 진실한 카운셀링이라고나 할까. 언니의 입장에서 혹은 누나의 입장에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들려주고 있다.

모두들 장사라도 하듯 내 '스펙'으로 건질 수 있는 최상의 남자를 잡아서 인생을 재테크하라는 메시지가 대세를 이루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누군가가 '삽질'에 병신 노릇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이, 똑같이 한심한 연애를 하거나 마음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상처를 입은 아가씨에게 한 치의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얼굴에 철판을 깔겠노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스펙좋아하고 남보다 잘난 남자 잡아서 대한민국 1%가 되기를 원하는 아가씨들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나쁠 것 없다. 다만 그렇게 살기 싫은데 뭔가 자꾸 세상이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서 서글픈 아가씨가 있다면 작심을 하고 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이십대가 더 가기 전에, 스펙 권하고 또 권하는 사회에 사실은 병신같은 사랑도 있고 이렇게 바보같은 사랑도 있다고 잘난 남자 잡으라고 사방팔방에서 부담주는 세상 조류에 떠밀려 외로운 당신에게 이런 한심한 년도 사는데 괜찮아 하는 약간의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유일한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