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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 추리 작가 12인의 작품집입니다. 굳이 '젊은'추리작가라는 것을 강조한 이유는, 해설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고사상태의 한국 추리문학계를 일으킬 구원투수들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함인 듯 합니다.

고사상태라고 표현은 했어도 사실 한국 추리 문학의 앞날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미스터리에 비하면 아직 작가나 작품수가 턱없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작가들의 소설도 좋은 작품들이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작가의 발굴이 문제이지 작품의 질이라는 면에서는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동안 우리 작가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구요.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그런 최근의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2인 12색이라는 타이틀처럼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그 색깔을 달리합니다. 정말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면면을 보면, CSI류의 감식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치기어린 대학생들의 황당하고 겁없는 장난을 그린 작품, 홀로 사는 할머니로부터 안락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한 전문 사기꾼의 이야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자꾸만 지우개를 잃어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엄마의 추리극-일상의 미스터리.

이사오는 사람마다 봉변을 당하는 이상한 집-우연도 거듭되면 우연이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 미래사회에 생겨난 신종 서비스를 그린 SF풍의 이야기, 사지가 없는 장애인의 기발한 초능력 미스터리, 의문을 쫓아 스페인까지 날아가는 문신 새기는 타투이스트 이야기에다가, 노조문제라는 현실의 사회문제를 깊숙한 곳까지 건드리는 묵직한 작품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급기야는 무협추리까지 등장합니다. 그리고 불륜을 주제로 한 이야기등, 다양한 소재를 색다른 결말의 추리소설적인 터치로 그려낸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소재가 다양한 것은 질적인 성장과 함께 해외미스터리와는 차별화된 우리만의 것을 찾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노력들이 슬슬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인지 좋아하는 한국작가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요즘의 분위기로 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그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될만한 우리 작가의 등장도 머지 않은 듯 합니다. 이 작품집에 이름을 올린 작가중에서도 앞으로 대활약을 할거라 예상되는 느낌좋은 작가들이 몇몇 눈에 띕니다. 이 단편집이 단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야의 고수들을 발굴해내는 한국 추리작가들의 등용문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