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세상에는 소설 한편한편 마다 전부 다른 것을 쓰고도 남을만큼 이야기의 소재가 넘쳐날 것 같지만, 의외로 소설을 쓰는 사람의 관심사는 비슷한 곳을 향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특히 요즈음에는 책이나 서점이 그 중심에 놓여있는, 책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자주 접하게 되곤 하는데, 이 작품「조란 지브코비치」의「더 라스트북」도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다.

파피루스라는 서점에서 책을 읽던 노령의 손님이 급사한다. 나이로 보나 사망 당시의 상태로 보나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으로 의심된다. 이상한 징후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그저 사고가 일어난 장소가 이곳이었을 뿐 파피루스 서점이 딱히 노인의 죽음과 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서점에서 같은 상태의 사망자가 나오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사망한 자리마저도 동일하다. 서점안의 작은 쇼파. 그렇다면 이 쇼파에 원인이 있는것일까. 그러나 이어서 세번째 피해자가 사망한 자리는 쇼파가 아닌 책장 앞. 게다가 앞선 피해자들과는 다르게 노인이 아닌 젊은손님이었다.

심장마비라 여겨지던 사망자들의 부검결과 또한 예상외다. 원인불명. 도대체 파피루스 서점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수사결과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죽기 직전 한권의 책을 읽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책. 과연 이런 책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책이 사람잡는다. 이 책 안에서도 몇번인가 언급되는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에도 이러한 책에 의한 의문의 죽음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책의 페이지마다 독을 발라놓아, 손에 침을 묻혀가며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중독사하게 만든다. 이 경우라면 물리적인 트릭이다. 그런가하면, 장-자크 피슈테르의「편집된 죽음」이라는 소설에서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도구로서 책이 사용된다. 더 라스트 북은 물리적인 방법도 심리적인 방법도 아닌, 뭐랄까 정신의학적이라고 할까 초현실주의적인 살해도구로서 책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포일러가 될수 있기 때문에 더는 이야기할수 없지만, 그러고보면 같은 소재라도 작가마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천양지차다. 동일한 재료로도 완전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레시피. 이거야 말로 이야기의 매력이 아닐까싶다. 물론 작품의 질은 별개이지만.

서문에서 저자는 지금껏 이 책의 진범을 알아맞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서 독자를 잔뜩 도발해온다.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부터 범인을 알아맞히는 사람은 최초가 되는 셈이다. 의욕은 넘쳤지만 나는 보기좋게 실패했다. 누군가가 그 최초에 한번 도전해보시길. 잘하면 기네스북에 등재될지도.(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