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 '고이케 류노스케'의 책이 연달아 소개되고 있다. 종교적인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불교에서의 가르침을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는 그의 책은 재미있다.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손수 그려내는 것을 보면 신세대 스님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가볍냐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술술 넘어가는데 비해서는 그 생각의 깊이나 진지함 만큼은 조금도 에누리가 없다. 게다가 이책에 와서는 의외로 어렵다는 인상까지 받았을 정도다.

불교적인 시점에서의 대인 심리학으로서, 인간관계 안에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연애에 대해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다행히도 '쉽고 재미있는' 책을 표방한 듯 친절한 느낌의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어서 어렵다는 인상을 누그러뜨리는 작용을 한다. 또, 예의 일러스트도 친근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 한다. 반면에, 내용은 대단히 통찰적이고, 자아의 존재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인간 관계의 괴로움을 그 뿌리부터 고찰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직설적으로 폭로하고 있어서, 스님이 언급하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통감하고 자신의 것으로 의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침울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 구구절절 다 옳고, 괴롭더라도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알아두면 몸에 좋은 약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다만, 이책에서 스님이 강조하는 것 중에는, 독실한 불교 신자에게서 조차도 그 약발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고난이도의 경지가 있어 조금은 의아하다. 스님은 쾌락과 고통은 자극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고, 둘 다 근심의 원인이 된다, 혹은 근심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는데,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은 쾌락을 즐기려는 본능으로 충만해 있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그것은 옳지 않아" 라고 딱 잘라서 이야기 한다면 틀림없이 반항심이 드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연애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서 오는 쾌락, 돈을 버는 데서, 출세 하는 데서... 이 모든 쾌락은 본질적으로 근심이라고 알려줘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역시 속세의 중생들에게는 어느 정도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은 허용범위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데 어떨런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불현듯 납득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 올지도 모르고, 또 '쾌락 = 근심' 이라는 등식이 정말로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그 근심을 실제로 체험하고 스스로 깊이 인식하는 과정은 인생에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나씩 깨달아 가다보면 어느 순간 '아, 그래서 스님이 그때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하고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