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베'가, '교토대 청룡회'라는 수상한 동아리에 가입을 권유받은 것은, '아오이 마쓰리'의 엑스트라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귀가하던 도중. 밥이나 얻어먹고 냉큼 사라질 요량이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동급생 '사와라 교코'의 코에 첫눈에 반하는 바람에 그대로 눌러앉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런 아베의 앞에 열리는 동아리의 비밀. 그것은 천년의 역사를 가진 '호루모' 라는 얼토당토 않은 게임이었다.

교토에 전해내려오는 호르모라는 경기에 은근슬쩍 말려들어가 버린 교토 대학생의 이야기. 그런데 거참, 전통 풍습이나 전설같은 것을 차용해 온 것도 아닌 듯 하고(이런 풍습이 현실에 있을리 만무하다.), 말하자면 저자의 오리지날 상상력일 것인데 그 상상이 너무나 독창적이다. 독창적이라고 할까, 이상하다고 할까. 어쨌든 전무 후무한 이야기이다. 호루모란 무엇이며 '시키가미'는 또 무언가? 줄줄이 이어지는 이상한 설정들에 압도되면서도 어느새 이 호루모의 세계에 말려 들어가 버린다. 여기에 사랑과 우정 등이 더해져서 이색적인 청춘소설로 발전해 간다.

호루모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면, 10명의 동아리원들이 한팀이 되어 요괴나 시키가미를 조종해 타 동아리와 싸워 나가는 단체경기이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요괴가 보이지 않지만, 그 안보이는 것이 호루모 참가자들에게는 어떻게 보이게 될까하는 과정이 바로 이 이상한 설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호르모라는 경기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황당 무계한 설정을 유치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전개해 가는 솜씨가 마치 '모리미 도미히코'의 그것을 연상하게 한다.

그건 그렇고 즉흥적으로 떠오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호르모의 과정이나 역사, 숨겨진 비밀등 확실한 설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렇게 앞뒤가 딱딱 맞는 스토리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무엇보다 활기찬 소설이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사실은 서투른 청춘의 사랑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이런점도 포함해서, 앞서 이야기한 '모리미 도미히코'와는 같은 교토를 무대로 이야기를 써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독특한 발상까지도 흡사하다. 평소에 모리미 도미히코의 팬이었다면 마키메 마나부도 자동적으로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호르몬 아니다. 호르몬은 남성 호르몬이니 성장 호르몬이니 이거고, 여기서는 '호르모'.
발음에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