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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는 헬렌 이에요. 성은 오그던. 그러니까 내 이름은 헬렌 오그던이고, 나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매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이를 만났구나! 싶은 생각에 책을 덮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소개하는 나의 룸메이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매력에 빠져 들거에요. 장담해요! '프라이어 터크 골든 보이' 외모에 걸맞게 귀족적인 이름을 가진 나의 룸메이트는 뼈대있는 집안의 후손이라는 증거로 '혈통 인증서' 가 있으며 태어나 석달만에 대소변을 가리는 교양까지 갖춘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의 개예요. 턱에 비해 엄청나게 큰 입을 가진데다 들창코에 주근깨투성이, 입에 교정기와 안경을 낀 나와 달리 환상적인 황금색 털을 가졌으며 넓은 가슴, 굵고 단단한 갈비뼈와 허리, 근육 튼실한 넓적다리, 어깨에서 땅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네 다리에 언제나 노란깃발처럼 꼬리를 세운체 당당하게 걷구요. 갈기가 난 사자처럼 큰 머리 언제나 감정이 풍부한 짙은 갈색 눈까지 세계 내노라하는 대회의 수상견들과 비교해 뭐하나 빠지지 않는 레알 완소 룸메이트에요. 그럼 본격적으로 '프라이어 터크 골든 보이' 와 내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앞으로 나의 룸메이트 이름은 '터크' 로!

-터크에게 어둠이 찾아오다

여러분은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고 또 불안한 느낌이 드는 어떤 일이 결국에 나쁜 결과가 됐던 경험 있었나요?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없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터크에게 생긴 엄청난 일을 확인하는 순간, 벌써 한참 전부터 가끔씩 터크의 행동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걸 왜 그냥 지나쳤을까? 좀 더 일찍 눈치챘더라면, 어느 날부턴가 눈앞에 찾아온 뭔지 모를 벽같은 것 때문에 혼자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줄여주고 치료가 가능했을 지 모를 텐데, 물론 터크의 건강을 챙겨주고 계신 주치의 토빈선생님에게 터크의 병 '망막위축증' 은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 벌써 들어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터크의 시력이 이렇게 떨어진 이유는 내가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 이렇게 된게 아닐까 매일 생각해요.

-네가 볼 수 없게 되면, 내가 너의 눈이 되어 줄게

그래서 결심했어요.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터크를 위해 모든 일을 할 거라고. 지금 너의 시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도 어쩌면 이미 너에게 세상은 희미한 윤곽밖에 보이지 않으며 그래서 한달이나 또는 몇달 뒤에 완전히 실명할 수 있다고 해도, 절대로 너를 앞으로 망막위축증을 앓게 될 다른 수많은 개들의 치료를 위해 실험용으로 대학에 기증하는 망할 일도! 너를, 너를, 안락사...... 시키는 일도 절대절대 없을 거고, 네가 볼 수 없게 되면, 내가 너의 눈이 되어 줄게!

-캘리포니아 맹인안내견 협회를 가다

터크가 아프기 전 부모님이 말해 주셔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어요. 어딜봐도 볼품없는 외모에 자신감과 책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 내가 걸음걸이가 또 성격이 좋은 쪽으로 변했대요. 키 크고 잘 생긴 오빠들에게 기 죽지 않도록 만들어줬으며 사람 없는 공원에서 나를 헤치려던 치한에게서 또 수영장 물에 빠졌을 때도 나를 구해준 터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거라고 약속했지만 시력이 더 떨어지면서 터크가 교통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고, 목에 건 줄을 뜯고 집안을 망가트린 벌로 결국 쇠사슬에 묶이는 걸 그저 바라보다 결국 터크가 앞을 못보게 돼 어둠 속에서 괴로워 하며 마당 한 켠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죽음을 맞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딱 그것밖에 없으면 어떡하죠? 하지만 두드리면 열린다 했죠. 방법 하나가 떠올랐어요. 바로 터크의 눈이 되어줄 맹인안내견을 구하는 거에요.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맹인안내견 협회에서 맹인안내견은 오직 사람을 위해 일한다며 부모님의 반응처럼 모두 황당해하며 거절했어요. 여러분 듣기에도 정말 제 생각이 황당한가요? 왜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일은 시작도 하면 안 돼요?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물론 피해가 갈 위험을 감수해야겠지만 최대한 그런 일 없도록 여럿이 노력해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래도 안 되는 거예요? 정말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결국 터크와 나는 마지막 남은 최후의 방법도 써봤지만 그 계획도 반나절만에 물거품이 되버렸어요.

그렇게 터크와 절망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날 맹인안내견 협회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게 됐어요. 야호~ 드디어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세상에서 최고로 침착하고 끈기있는 맹인안내견 레이디 데이지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터크는 레이디 데이지를 거부했고 훈련은 계속 실패실패 실패의 연속. 터크를 위한 마지막 남은 방법이었는데 레이디 데이지는 맹인안내견 협회로 돌아갈 테고 우린 다시 절망속에서 슬퍼할 일만 남았던 거에요. 그렇게 끝나고말 일이었어요.

-터크, 레이디 데이지, 헬렌의 위풍당당 행진

하지만 제가 두드리면 열린다 했죠? 보이나요? 레이디 데이지의 엉덩이 쪽에 머리를 꼭 갖다 댄 터크가 레이디 데이지의 안내대로 걷고 있는 모습 보고 있나요? 터크와 레이디 데이지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당당하게 행진했던 그 순간은 분명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어요! 지금 이 순간 다시 그때가 떠올라서 가슴이 벅차 말을 잇기 힘들어요. 정말 우리모두 다 최고였어요!

-황금색 레트리버 강아지와의 첫 만남

마지막으로 책 시작부분에 밝혔던 나와 터크가 만났던 첫 순간을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어요. 붉은 갈색 머리카락에 예쁜 얼굴, 좋은 몸매를 가진, 질서를 바로잡을 줄 알며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엄마와 대머리에 땅딸막하지만 공학자인 아빠, 잘생기고 인기 많은 오빠들과 달리 턱에 비해 엄청나게 큰 입을 가진데다 들창코에 주근깨투성이, 입에 교정기와 안경을 낀 내가 아홉살이던 1950년대 초 10월 어느 화창한 날, 집으로 들어선 아빠의 품에 꼼지락거리는 크림 빛깔의 래브라도 레트리버 한 마리가 있었어요. 이제 막 어미젖을 뗀 7주된 녀석은 통통한 소시지만 했어요. 나는 한달음에 마당을 가로질러 아빠 품에서 녀석을 단숨에 빼앗아 덥석 안아 들었어요. "네 거야, 헬렌. 스텐이나 루크, 아빠나 엄마 게 아니라 바로 네 강아지야." 아빠의 말을 들은 난 너무 기쁜 나머지 말도 나오지 않았구요. 걸음걸이 하나만 봐도 얼마나 자신감 없는 아이인지 대번에 알수 있던 나를, 책임감을 알게 하고 자신감과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한 용기를 알게 해준 터크는 나에게 그냥 개가 아니며 터크에게 역시 난 그냥 주인이 아니죠. 우린 연애하는 사이에요. 기분 내켜 막 만난게 아니라 우린 처음부터 끝까지 운명이라는 끈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다는 걸 나도 터크도 알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터크가 '망막위축증' 이란 병에 걸려 시력을 완전히 잃기 직전에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터크를 지켜줄 수 있었으며 터크 역시 모든 일들을 이겨내고 말았죠.

이것은 내가 직접 책에서 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준 분들 중에 혹시 나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거나 또는 그런 사랑을 준비중인 분들이 있다면 한가지만 기억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사람의 언어로 대화 할 수 없지만 절대 여러분을 먼저 거부하고 떠나지 못하며 평생 곁에서 함께 하는 인생의 반려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 룸메이트 제발 잘 부탁해요! 살면서 룸메이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힘든 일이 혹시라도 생긴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주었던 행복 특히나 내가 받은 행복을 떠올리며 계속 용기 내 주세요. 정말 마지막으로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 해온 룸메이트와 보낸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더 오래오래 앞으로도 함께 행복하세요!

[이 글은 서평단 후기 활동이며, 해당 출판사로 부터 제품을 제공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