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프롤로그 중 이 한줄에서 빠진 말이 있는데, 바로 '아니' 라는 글자예요. 그러니까 원 내용은 '강조하건대, 이 책은 아이를 어떻게 '완벽한 아이'로 키워낼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임을 밝힙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제목만큼은 많은 부모들의 소망을 담은 [페펙트 베이비] 완벽한 제목의 이 책 궁금해집니다.

책은 ebs 교육기획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 에서 방송된 '퍼펙트 베이비' 편을 옮겨놓았으며, 미처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본 자궁 속 10개월이 아기의 평생 건강과 정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로 시작해 좋은 양육을 위한 해법으로 감정조절 능력, 공감 능력, 내적 동기 형성 이렇게 세 가지의 큰 틀에서 풀고 있습니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신생아일수록 중년에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 또한 높다는 사실! 날씬한 아이를 원한다면 임신기에 영양이 골고루 들어간 균형 잡힌 식단이 필수라는 사실! 1부 태아편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추적,관찰을 통해 엄마의 자궁이 태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냅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든 자연분만을 위해서든  아니면 작게 낳아 크게 키워야 좋다는 속설을 믿고 있든간에 영양의 균형이 깨진다면  태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습니다. 고른 영양 섭취는 산모와 태아 모두를 위해 가장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거죠. 반대로 비만 역시 위험한데 비만 산모의 자궁 속 환경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진바는 없다고 해요.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것도 너무 적게 먹는 것도 두 가지 경우 다 태어난 후에는 비만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한 인간의 평생 건강이 시작부터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산부에게 있어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비만이냐 영양부족이냐만큼이나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바로 임신성 스트레스 문제인데, 서호석 차의과대학 교수가 임신부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10퍼센트 정도가 임신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남편과의 불화, 직장 내 스트레스, 시댁과의 갈등 이 세가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임신을 하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힘든 문제를 임신부 한 사람에게만 책임지기엔 무리가 있죠. 먼저 가족들이 조금만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준다면 임신부의 고충도 조금은 덜어질것 같습니다.

태교! 과연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면서도 태교에 정성을 쏟고 있고 또 쏟았던 부모들은 일단 안심해도 되겠지만, 반대로 이런저런 이유로 태교에 소홀했던 부모들은 걱정스런 소식일 텐데, 고른 식단과 스트레스 그리고 태아와의 정서적 교감까지 이 모든 것이 태교의 일부이며 산모의 목소리 기분 하나하나까지 태아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니, 임신은 임신부와 가족 그리고 국가적인 관심을 받아야만 성공 가능한 대 프젝트라는 이 책의 호소가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2부 발달편에서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10개월 간의 기다림 끝에 무사히 출산했다는 감격과 고마움도 잠시 한가지 한가지 손으로 직접 양육을 하게 되면서 부모들은 육아라는 거대한 벽에 부딯히는데 그런 모든 부모들의 육아 해법을 본격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자가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후에 늘 마지막으로 던졌던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학자들은 하나같이 "좋은 정서" "감정조절 능력" 을 곱습니다. 

"감정조절은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나아가 마음속 불편한 감정을 원상태로 빨리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의 말처럼 생후 12개월이면 완성의 시기로 보는 "감정조절 능력" 이 좋은 아이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새로운 것을 탐색할 때, 무언가에 몰입할 때, 친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때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감정조절 능력으로 보고있습니다.  

책 곳곳에는 실험내용들이 많이 실려있는데, 12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아기가 엄마를 안전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지 감정조절을 엿보는 실험이 있어요. 엄마 주변에서 아기를 혼자 놀게하다가 엄마가 나가고나면 아기는 낯선 사람과 단 둘이 남게 됩니다. 또 그 낯선 사람은 아기와 놀아주지도 않고 의자에만 앉아 있는 불편한 상황입니다. 설상가상 그 사람마저 밖으로 나가버리구요. 실험 대상인 아기들은 엄마가 보이지 않자 바로 울거나 마지막까지 엄마를 기다리며 놀던 2명 중 한명은 낯선 사람마저 나가버리자 울음을 터뜨리지만 나머지 한 아기는 시종일관 놀이에 집중하다 방안을 탐색합니다. 보통 이런 아기 보면 아마 혼자 잘 노는 아기라 엄마가 편하겠다며 비법이 뭘까? 또 아기를 어른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모든 아기들의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한 결과! 끝까지 혼자서 잘 놀던 아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시종일관 높게 나왔습니다.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된 예민한 상태로 쉽게 말해 엄마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인 상태여서 치료가 급했구요. 이 실험을 정리한 내용을 보면, 엄마와 쌓아둔 애착의 질이 좋은 아기는 혼자 남겨지면 낯선 사람을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또 엄마와 함께 있게 되면 피하지 않습니다. 한편 애착이 불완전한 아기는 낯선 사람이있어도 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상황을 회피함으로써 혼자 스트레스 조절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또 애착의 질이 좋은 아기는 엄마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엄마를 통해 불편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달려와 꼭 껴안지만 반대로 애착이 불완전한 아기는 엄마를 때리기도 하며 분노를 표출하거나 아예 엄마에게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부모와의 애착에서 비롯된 이런 문제는 결국 아이들의 다양한 발달을 지연시켜 자폐증처럼 언어발달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눈 맟추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결국 상대방의 마음 읽기에도 실패해 사회생활 역시 하기 힘들어지겠죠. 부모와의 애착형성만 잘 되 있어도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수많은 문제와 범죄 역시도 조금은 줄일 수 있어 보입니다.

'동기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감정은 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동기의 근원이다. 따라서 경험한 불편한 감정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힘, 즉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동기를 높이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2부 끝에서 닫는 글을 통해 균형이야말로 완벽한 아이를 위한 결정적인 조건임을 제시해줍니다.

언젠가 읽었던 정신과 의사가 쓴 한 육아서에 보면 충격적인 사례가 나오는데, 한 엄마가 중학생 자녀의 학교성적을 올리기 위해 방에 감금해둔 체 밥도 주지 않고 잠도 재우지 않으면서 공부만 시키자 결국 자녀는  칼을 빼 들고 엄마를 죽이겠다고 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자녀에게 너무도 잔인했던 그 엄마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공부의 꿈을 자녀를 통해 이루고자 했고 결국에 비극을 불러옵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부모의 행복을 원하는 것인지 아이의 행복을 원하는 것인지. 아이의 행복만을 원한다면 육아의 해법은 의외로 쉽지만 부모의 행복을 원한다면 육아의 해법은 없다! 고.

다시 책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봅니다. 엄마 자궁에서의 10개월은 태아가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준비하는 시간이며 부모들 역시 아무 준비없이 얼떨결에 부모가 됐든 아니면 좋은 환경과 성품 그리고 바른 육아관을 가진 체 부모가 됐든 부모되는 연습과 준비의 시간일 겁니다. 준비의 시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했다면 이런 저런 좌절과 실패를 거울삼아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녀와 더불어 부모 역시 같이 배우며 성장해가는 것이야말로 원래 '퍼펙트 베이비' 였던 내 아기를 위한 가장 좋은 육아법이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아기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넘치지 않는 보살핌과 부족하지 않는 애정의 '균형감각' 이다. 부모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 -p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