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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꿈꾸게 하는 섬, 지심도

거제도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나에게 낯설지만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작은 섬, 지심도. 지심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필자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조차 헷갈리어 점점 깊이 빠져드는 듯 했다. 동백나무, 팔색조 그리고 엉겅퀴 꽃을 볼 수 있다는 이곳에 지금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을 만큼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수록된 그림들이 매력적이었다. 이 책이 왜 문학 그림집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분명하게 하는 작가들의 솜씨가 대단해 보이기만 했다.

필자는 아버지의 뜻을 꺾고 시인이 되었는데, 또한 소설가로서도 인정받기를 원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 꿈의 일환으로 이런 작품이 탄생되었고 나에게도 적지 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시, 동화, 소설, 에세이로 구성된 이야기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있지만 쉽게 지나치기 쉬운 미묘한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섬마을 아이의 눈사람’ 이라는 이야기에서 도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말씨가 다르고 친하지 않아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섬마을 아이를 보며 어쩌면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순수한 모습을 보며 순간 동심으로 돌아간 듯 했다.

또 별 기대없이 팔색조를 찾으러 가게 된 지심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여인, 딱히 대화라고 할 수 없는 대화, 그리고 여인과의 재회를 담은 ‘팔색조’ 이야기는 묘한 분위기의 섬을 잘 묘사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필자가 그리는 사랑이야기에 담긴 내면적인 의미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윤후명이라는 작가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나의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그의 느낌을, 나도 함께 느껴보고 싶었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