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을 읽을 때, 다시 한 번 책표지를 훑어보았다. "대체 누가 쓴거였지?" 정.유.정.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는 사실에 또한번 놀랬다. 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일테지만, 그녀의 문체에선 힘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 힘의 원천은 탄탄한 자료 조사일 것이다. 물론 간결하면서도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녀의 문장력도 한 몫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에서는 정말 복근 탄탄한, 초콜릿 식스팩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정말 쫀쫀하고 단단하다.

<7년의 밤> 이전에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던 작품 <내 심장을 쏴라>.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니 이제는 그녀가 쓴 소설이라면 모조리 죄다 찾아서 읽을 판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에 갇힌(?) 두 젊은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실 이 소설은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간호대학 출신의 전직 간호사였다. 실제로 대학교 때 정신병원으로 실습을 나간 적이 있단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을 이 책에 옮겨담았다. 하루 종일 창문 앞에서 허공을 바라보는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던 작가. 그녀는 이 질문의 마침표를 찍고자 했던 갓 같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입원(사실 입소라는 말이 더 확실하다)했다는 것과 나이가 같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그런데 그 둘이 한 방을 쓰게 됐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정신병원에 넣었다, 엄마도 같은 증세를 보였다가 (누군가) 죽였다. 아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엔 다시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아니 갇혀버렸다. 또다른 동갑내기 룸메이트는 재벌가의 서자로 외국에서 지내다가 친부가 세상을 뜨자 상속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이복형에게 잡혀 정신병원에 감금당한다. 이 둘의 조합은 서수남과 하청일처럼 키다리와 짧막이의 조화다. 게다가 셩격 또한 같은 구석이라곤 눈씻고 찾아볼래야 힘들다.

병동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하나가 되는 듯 보이다가도 때로는 확연히 구분된다. 어떤 생각에 빠져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비난을 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다른 환자들과 차별화된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탈출작전을 세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영화<쇼생크탈출>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정유정 작가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기다려봐야겠다.

 

세계문학상, 정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