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핑크색의 책 표지만큼이나 가족들의 표정도 밝고 행복해 보인다. 소개 글에서 느꼈듯이 가족들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아들 셋을 둔 엄마 입장에서 글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남편은 먼 타국으로 가서 13개월간 홀로 부모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엄마이자 여자, 사라 스마일리가 되어서  생각했다. 사라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엄마라는 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심리상태, 표정, 말투, 생각 등을 꿰뚫어보고 묘사하고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아들 포드, 형을 닮고 싶은 둘째 오웬, 마냥 귀여운 셋째 린델도 사라의 눈을 통해, 옆에 있으면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가까워진 것 같다.

 

아빠가 없는 저녁 식탁은 분명 썰렁하고 한동안 침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매주 손님을 초대해 저녁을 먹는다는 발상은 정말 기발하다. 사라 부부가 얼마나 아이들을 생각하고 서로를 그리워할 시간을 알차고 뜻깊게 보내고 싶어 했는가 그 마음이 전해졌다. 요리도 사람들과의 수다도 자신 없는 사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읽기 전 52주간 어떤 손님들이 올까 궁금하고 기대됐었는데 역시 사라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꼭 한 번씩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경험이라는 건 돈으로도 살 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인데 사라의 아이들은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없었던 13개월이 인생을 살면서 소중한 추억의 한 장이되리라 확신한다.

 

가깝게는 막내의 유치원 선생님부터 살면서 같이 저녁 먹어볼 일이 있을까 싶은 사람들까지, 사라네가 만난 새 친구들이 부럽다. 폴 르페이지 주지사의 어릴 시절 이야기나 아이들에게 준 팔지에 쓰인 "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문구는 부모의 부재나 가족이 힘들다는 어떤 친구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사라네 아이들이 지금은 52주간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을 것이다. 추억을 되새기고 그 만남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감사히 여길 수 있게 책으로 써준 엄마 사라에게 감사할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의미로 보자면 아이들의 성장기와 사라 부부의 자녀 양육방식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간접경험을 해본 것 같다. 흥미진진하게 읽어지는 특별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의 따뜻함 때문인지 사라 가족들과 친해진 기분이다. 우리네와 다름없어서 그 평범함이 지루할 수도 혹은 공감이 가서 소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사진작가 안드레아와 아이들의 관계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포드와 회복되어 가는 관계를 보니 처음에 싫다고 그 사람이 쭉 싫은 게 아니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그 무엇도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250여 명과 저녁식사라는 소중한 경험을 한 사라 가족의 추억과 알게 모르게 느꼈을 기분 좋은 스트레스, 사람을 알아 가는 모든 과정이, 새로운 만남이 두려운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새 인연을 만들고 싶어진다. 나처럼 집으로 초대는 힘들어 밖에서 맛있는 것을 먹더라도, 새로운 사람과의 저녁식사가 생각만 해도 설레 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전에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는 따뜻한 저녁식사를 제공할 사라의 에세이를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