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나, 까칠남이거든. 그게 어때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한 늙수그레한 남자가 오베로군. 음.

<이책은>

다산책방의 50명 대모집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저자 :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발췌하다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소설이 탄생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2012년 『오베라는 남자』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해외로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후 써낸 두 편의 장편소설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탄생을 알렸다.

<책읽은 소감>

책소개를 보면 이 두 문구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30초마다 웃음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소설
시종일관 유쾌하고, 불현듯 감동적인 소설이 온다

읽기도 전에 선입견이 자리한다. 읽으면서 왜 안 웃기지, 이상하네, 좀더 읽어야하나. 표지를 보면서 '창문 넘은 100세 노인'이 떠올랐다. 그 책은 정말이지 낄낄, 킬킬대고 어이없는 일을 가지고 지루하지 않게 끌고가는 글력에 반했었다. 이 책은 좀더 사실적이고 설득력있는 일들로 끌고 간다. 그렇지만 웃긴 적은 몇 번 없었다. 오히려 시종일관 거부감을 주던게 있었는데 상황이나 행동 묘사를 한 문장이 끝나고 그걸 뒷받침하는 비유법을 쓰는데 쉰소리라 느껴졌다. 이제 그만하지 싶은데 이런 스타일은 계속이었다. 10% 정도는 적절한 비유로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TV문학관중 '거북이의 꿈'이 생각난다. 이희도 주연으로 그렇게도 죽으려고 노력을 하나 끝내 죽지 않는다. 그 상황들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이희도가 한쪽 눈이 실명 상태였었다고. 그걸 밝히면 드라마 섭외가 없을까봐 감췄다고. 여기 오베라는 남자도 끊임없이 죽음을 선택하려 하나, 그때마다 방해꾼들이 나타난다. 죽음도 맘대로 선택할 수 없는 이넘의 세상이 야속타. 오베라는 남자는 왜 그리도 죽지 못해 안달일까. 그에게는 소냐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오베라는 남자에게 이 세상은 소냐고, 소냐는 이 세상 살아가는 의미이자 목적이었다. 그런 세상을 잃었으니 살 의미와 목적이 없다. 소냐는 6개월전 병사했다.

명줄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가 봐도 사지이거늘 죽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오베라는 남자도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음이라. 첫 번째 죽음을 선택한 방법은 거실 천장에 고리를 설치해 목을 매는 일. 고리를 튼튼하게 박아 밧줄을 걸고, 자신의 입성이 초라하지 않게 정장을 입고, 바닥에는 비닐까지 깔아놓는 오지랖이라니. 어차피 죽으면 끝인걸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배려로 유서랑 장례비용이랑...분명 매달았고 자신은 바닥에 누워있는데 이런, 제기랄 밧줄이 끊어졌네. 밧줄 하나도 튼튼하게 만들지 못하는 세상이라니, 오베라는 남자는 이 세상이 한심해 낙담을 한다. 두 번째는 차고에서 배기 가스 질식사를 ...세 번째는 장인의 권총으로 ...오베라는 남자가 선택만 하려면 온 동네 사람들이 짠듯이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다음으로 선택을 미루게 된다.

아내와 금실이 좋았던 오베라는 남자는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에서는 잼병였다. 한 집안의 정신이 3대를 간다던데 오베라는 남자의 아버지가 그리도 소통 능력이 없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갔고 사이도 나쁘지 않은 부자였지만 남자들답게 과묵하다 못해 말못하는 귀신들인가 싶었다. 둘은 할 말도 없었을뿐더러 남자는 모름지기 자신이 억울한 상황을 당해도 가만히 있어야 된다는 식의 아버지 대응 방법을 당연하다 생각했다. 자신의 할 일만 묵묵히 했고 남의 일에는 관심도 상관도 안했던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혼자 남겨진 오베는 아버지가 하시던 일의 더 많이 지급된 수당을 돌려주려고 간다. 그 일로 인해 오베는 수당을 돌려주지 않아도 될만치 일을 맡게 되고 아예 그 일이 좋아 학교도 그만둔다.

오베라는 아이는 그 아버지 아들 아니랄까봐 묵묵히 말없이 일만 한다. 사람들에게 피해도 안주고 좀 억울한 일이 있어도 아버지처럼 행동한다. 사람들은 존재감없는 오베를 칭찬하지만 오로지 그를 괴롭히는 톰과 맞닥뜨리고 그 일로 인해 오래토록 하고픈 일자리를 놓게 된다. 오베가 눈감아 주는게 아닌 오베 성격이 그렇다는걸 아는 상사는 오베를 해고시키되 다른 일자리로 이직시키고, 역시 그 일로 인해 소냐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고 어린 나이에 해고되는 난감함에서 하늘이 무너짐였는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난게 어딘가. 오베는 더 열심성실했고 그렇게 소냐를 알게 되면서 난생 처음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거짓말 때문에 석 달이나 허튼짓(?)을 하고, 나중 소냐에게 회개하듯 사실을 말한다.

소냐는 아름다웠고 웃기 좋아했고 긍정적인 관점을 갖는 사람이었다. 책, 아버지, 고양이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했다. 주위 사람들이 소냐가 오베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몇 년 동안이나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는 안해도 잘한 선택인지를 물었다. 소냐에게 오베는 결코 뚱하지도 거북하지도 까칠하지도 않았으니 천생연분이었던 것. 소냐로 말할 것 같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이나 경청하는 남자는 없었다. 자신에게 치근덕거리는 다양한 남자들중에 소냐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남자가 한 명만 있었어도 오베는 게임이 될 수 없었는데 애석(?)하게도 오베라는 남자가 처음이었다. 또 오베라는 남자를 이해하는 건 소냐의 아버지 역시 오베라는 남자보다 더 과묵하고 괴팍했으면 했지 결코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도 플러스로 작용했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둘이 천생연분이 되었다. 오베라는 남자는 자신의 관점으로 보면 수다스럽고 대책없는 소냐가 이해되지 않을텐데도 별 불만이 없다. 소냐를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소냐이기에 또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소냐는 무뚝뚝하고 까칠하여 정없어뵈는 오베라는 남자와 거의 트러블이 없다. 오베라는 남자를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배려와 헌신, 사랑은 넘쳤다. 이쁜 사랑이었다. 지극히 아름다웠다. 영 안 어울리는 한 쌍인데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상대의 부족한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이 좋아보였다. 상극이다시피한 두 부부가 천생연분이라는 이런 신기한 관계라니.

이런 부부가 생이별을 했다. 오베라는 남자에게 있어 세상이 사라졌다. 세상이 없어졌다. 세상이 멈춰버렸다. 소냐가 보고싶어서 소냐가 좋아하던 꽃을 사서 묘비에 매일 찾아간다. 묘비에 말을 건다. 묘비를 쓰다듬는다. 보고싶다고 말한다. 매사 정확한걸 좋아하고 쓸데없는건 안하는 오베라는 남자가 꽃을 산다. 외로워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다. 서글펐다. 오베라는 남자의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이 뒤늦게나마 오베라는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놓은게 다행였다. 오베라는 남자는 이 세상이 소냐 말고도 조금은 따듯하단걸 알 수 있었다. 책은 한 남자를 오롯이 떠오르게 했다. 버럭순재.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 씨가 이 역을 맡는다면 제격이라고 그려지는걸 어쩌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