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제목부터가 거슬리는건 차치하고도 이런류의 표지 나는 정말이지 질색팔색이다. 이런류의 표지가 대개는 천박하다못해 경박스러운 글일거라는 지레짐작을 유도한다는건 내생각인지... 대개가 일본소설의 표지가 이런류일 때가 많았는데 저자를 보고는 엥!

<이책은>

리뷰어클럽에서 리뷰어모집을 했건만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으로 검색조차 해보기 싫어 통과했다. 선입견이 때론 손해임을 나중에 확인하면서도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다. 나중에 올라오는 리뷰를 보건데 몰입도 굉장하고...은근히 배가 아팠었던 당첨될 거란 확신보다는 도전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커서였다. 하긴 맘에 드는 책 7개월여 만에 도전해 낙첨하니 그 기분도 도진개진이긴 하더만... 이런 마음을 토로했는데 유정맘 님께서 선물로 보내주셨다.

<저자는>

저자 : 전은강 ---발췌하다 1996년 장편소설 《소에게 바침》을 펴내고, 계간 《작가세계》에 「꼬마열차」외 2편의 엽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소설 활동을 시작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넘치는 위트, 인간에 대한 탐구심을 갖춘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장편소설 《소에게 바침》, 《맨살의 계절》, 《바다로 가는 아이》,《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어리버리 백수, 세상과 맞짱뜨다》와 엽편소설집 《섹스박물관》, 동화집 《1,2,3 친구의 소꿉장난》을 출간한 바 있다. 《아내 죽이기》는 작가 고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필담이 여실히 드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와 매력으로 가득한 마법 같은 소설이다.

<책내용 맛보기>

책소개 ---발췌하다  형사로서는 일류이지만 남편으로서는 삼류인 강력계 형사가 범죄자에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각오로 범죄자와 바람난 아내에 대한 대응에 나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넘치는 위트와 세련된 구성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가 다양한 살인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와 찌질한 남편으로서 자신이 잡아들인 범죄자와 바람이 난 아내와 밀고 당기며 겨루는 이야기가 병치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두 줄기의 이야기는 서로 상징적으로 연계되고 교차하는 구성으로 한층 풍성한 서사를 선보인다. 강력계 형사가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은 실제 형사 세계를 취재한 듯 꼼꼼하고 세밀한 묘사로 리얼리티와 현장감을 극대화해 마치 범죄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다양한 범죄 이야기를 통해 질투와 협잡과 오해와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 세계의 비정함, 그리고 애증이 교차하는 아내와의 파국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음습함을 잘 드러내 보인다. 하지만 살인과 범죄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상당히 유쾌하고, 작가가 곳곳에 장치해둔 유머는 적절한 순간에 힘을 발휘해 독자들이 이야기에 한껏 빨려들게 한다.

<책읽은 소감>

허허허. 허참. 허걱. 헐.

어떤 말로 이 느낌을 표현해야 할까. 몰입도 굉장한 책은 맞다. 재미? 이것도 재미라고 할 수 있다면 재미있다. 재미를 포복절도나 박장대소하는걸로 친다면  그쪽과는 영 아니다. 서글픈 미소가 지어지다가 눈물이 아롱지기도 한다. 형사 남편이 너무나 기죽은 모습에 가슴이 아리다. 여기서 기죽은 거란 직업상의 스트레스로 인한 조루증. 아내는 이혼으로 끌고가려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의도로 내뱉었었단다. 부부는 1촌이라는데 그 부부라는게 찰떡궁합이거나 금상첨화인 경우도 있겠지만 견원지간 같은 관계도 있겠거니 ...

 

이 책을 읽으며 '아내가 결혼했다'를 떠올렸다. 글의 내용이 약간의 유사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손예진이 인애로 분했던 그 역할을 여기서 아내가 한다. 원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기에 아내의 외도와 임신을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인정해가는 분위기. 아무리 죽일만치 미워도 미운채로 보는 괴로움이 편하지 , 못보고 괴로운 것보다는 안심하며 위안하는 마음이 똑같다. 어쩜 인애가 같은 여자면서도 미웁지만 대놓고 몰아서 미워할 수만은 없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구사하는지 그녀에게 설득당하는 남편이 천치같으면서도 어느새 나도 설득당하는 경지가 기막혔는데... 여기서의 아내도 외도를 했는데 오히려 외도한 아내는 당당녀고 조루증을 가지고 일류형사인 남편은 미안해하고 절절매야는지. 더구나 외도남은 남편이 잡아넣은 전과자로 사채업자.

 

8살때 늦은 저녁 옥탑방서 내려다 본 풍경에 아버지가 검정 봉지를 들어올리며 오셨다. 웃었다고 기억하는데 느닷없는 남자들이 나타나 아버지를 처참히...그게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이었고...그렇게 형사가 된 남편은 불의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데 혈안이 된 사람으로 보여 그 적개심이 그렇게 표출된 줄 대부분 여겼다. 아내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돌입한  프로젝트는 부모님 산소가기. 치밀하게 준비한 배낭속엔 독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도라지를 캔다는 전략을 세우고...땀을 말릴겸 목을 축이며 앉은 자리에서 둘은 난생처음인듯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실은 피 묻어 녹은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게된 분한 마음이 더 컸었다니...

 

잠복 근무중 술 취한 여성이 비틀거렸고 2인조가 나타나 성추행을 하려던 찰나, 형사의 기지로 위기는 모면하고 현행범 취조시 동참한 그 여인이 팀장의 기지로 인연이었는지 아내가 되었다. 아내는 본디 큰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욕구불만이 쌓인데다  경제적으로도 친정쪽에 도움줄 일이 생기나  원활하지 않고...였튼 좋을때는 그게 좋아서 이유가 되나 나쁠때는 또 그게 나뻐서 헤어지는 이유가 된다던가. 남편은 워낙 과중한 업무와 불규칙한 출퇴근으로 인한  하늘의 별보기라고 해얄까. 젊디 젊은 여인네가 아이도 없었으니 오로지 기다리는건 남편. 남편은 옷 갈아입을때나 혹은 짬을 내어 불시에 들이닥쳐 속전속결로 발사하고는 나가기 일쑤. 몸사랑이 각인되지 않은 상태서의 맘사랑 떠남은 수순이던가. 사채업자와의 어쩔 수 없는 얽힘이 상대편에서는 형사에게 복수하기 위한 의도적 접근이었다해도 이미 재력있고 몸사랑으로 충분히 살아있음을 확인한 아내는 얄미울 정도로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인정해 달라며 이혼을 요구하는데...

 

형사가 해결해야하는 여러 사건이 펼쳐지는 짬짬이 아내와 사채업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건들을 해결하는 심리라든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양쪽 얘기를 다 들어야함을 알겠는 알쏭달쏭함속에서 노련한 베테랑 형사는 잘도 해결을 한다. 이 부분들도 매우 흥미롭다. 물론 누군가는 꼭 죽는데 그게 고의적 은폐인지 사고인지조차도  가늠하기 어렵게 팽팽한 접전이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 들어보는 경청은 누가 범인일지 참말로 아리송한데 형사는 놀랍게도 단서를 잘 포착하고 숨겨진 이면도 발견하고...하, 그런데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더니...형사 자신도 사랑받고픈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사랑하는 아내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지 못함이 얼마나 미안한지...마음보다는 엇나간 행동이 얼마나 아내를 좌절하게 했는지...엎지른 물은 담을 수가 없는데...

 

아내가 결혼했다의 김현욱 작가에게 끌려다니던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어도 그 책은 기분나쁘다거나 적어도 서럽고 서글픈맘은 덜했다. 이해는 조금해도 도저히 공감하기는 어려운 설정을 잘도 끌어간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런 맥락에서는 결코 뒤지질 않는다. 오히려 사건해결을 위한 고군분투하는 과정까지 합세해 더 재미있다고 할 수도 있다. 가지가지의 사건이 식상하지 않고 도무지 범인을 예측할 수 없음이 묘미다. 허나, 이 사회의 꼭 필요한 직업 형사가 가정에서 요구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그 바램이나 소망을 들어주기에는 너무나 멀다는 안타까운 현실. 아내와 자식에게 무작정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고...비단 형사라는 직업만 그런건 아니겠으나 특수한 직업을 가진 가장들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여러면에서의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