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발 생쥐처럼 창비의 책이 재빠르게 도착했다. 빠른발 생쥐의 영향으로 발빠르게 움직인건 아님을 안다. 예전에도 창비는 발빠른 배송으로 감동을 줬었다. 이에 발빠르게 읽고 서평을 올림이 보답인 것 같다.

먹이를 찾던 '빠른발'은 고양이에게 밟혀 꼬리가 잘린다. 뭉툭한 꼬리엔 빨간 리본을 매어서 나름 결점도 커버하고 미적 감각도 살린다. 얼마나 고양이에게 혼줄이 났던지 나타나는 증상들은 트라우마다. 쥐 할아버지 얘기가 고양이 없는 세상은 학교뿐이란다. 아이들이 낮에 공부할때 쥐들은 자고, 아이들이 없는 밤에 활동하는 지상천국.

빠른발은 학교에 도착하나 잘난 쥐 그룹의 멤버인 보초 쥐들에 검문 당해 내쫓긴다. 이유인즉슨 못난 쥐라는 것. 잘난 쥐만 학교서 생활할 수 있고 그나마 학교내에서도 못난 쥐는 화장실에서 생활해야한다는 것.

상하좌우를 살피던 빠른발에게 2층의 열린 창문이 보이고...죽기살기 까무러치기로 덤벼 2층에 잠입하여 잠이 든다.

연지 이하 아이들과 샘이 보기엔 영락없는 햄스터. 꼬리에 매어 있는 리본이 앙증맞고 귀엽기만 하다. 쉬는 시간에 떠들던 아이들이 햄스터 깬다고 조용하는걸 보고는 샘의 허락하에 햄스터(빠른발)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진다.

못난 쥐 회색눈과 우연히 마주쳐 학교내 정황을 듣는다. 잘난 쥐 그룹엔 '큰이빨'이 대장이고 보초쥐와 감시쥐가 있다. 눈이 까맣지 않고 회색이라서 '회색눈', 코가 유난히 까만 '개코', 입이 쪼그만 '작은입'이 있다. 말할 때마다 입술을 말아 올려 누런 앞니 두 개가 드러나는 '누런니'. 살이 쪄서 굴러다닐 것 같은 퉁퉁한 쥐 '퉁퉁이'는 감시쥐로 빠른발을 찾아내 공격하던중 퉁퉁한 몸집이 작은 구멍에 끼어 똥을 싸놓곤 혼줄나 도망간다.

샘눈에 쥐똥이 발견되어 소독한다는 방송이 나오는데 잠결에 큰이빨이 독가스로 듣는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어 빠른발 이하 못난 쥐를 학교밖으로 쫓아내기로 의견이 모아진다. 잘난 쥐만 학교에 남는다로 규칙이 바뀐 것이다. 소독은 실시되고 잘난 쥐 그룹과 못난 쥐 그룹은 싸움이 시작된다.

빠른발과 회색눈의 눈부신 협공으로 어둠속에서의 쾌거를 올린다. 첫 관문인 이쑤시개 울타리에 찔리고, 두번 째 압정에 찔린다. 또다른 함정에 전전긍긍하다 색연필을 밝아서 미끄러지고, 사탕을 발견한 쥐는 앞이빨이 둘러 붙어 그걸 떼다가 앞발 뒷발까지 들러붙고, 그 중 겁쟁이 잘난 쥐들은 납작 엎드려 기다가 스카치 테이프에 털이 뜯긴다. 떼면 뗄수록 여기저기 털은 무지막지하게 뽑힌다.

그러다 빠른발이 큰이빨에게 포위당한다. 회색눈이 바둑돌을 던지며 저항했으나...한 패거리의 잘난 쥐들이 다가오자 화장실에 사는 못난 쥐들은 겁을 먹는다. 그러나 수적으로 우세한걸 알고는 합심하여 덤빈다. 빠른발도 구출해내고 큰이빨은 학교밖으로 도망친다. 회색눈은 못난 쥐와 잘난 쥐가 다같이 살자고 외친다.

담날 학교에 온 연지는 교실이 어질러져 있자 말없이 청소를 한다.

제14회 '좋은 어린이책'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탄 작품이라는데 읽는 내내 웃음이 난다. 톰과 제리의 제리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따스하게 읽히는 동화 한 편이 나른한 오후에 기분좋음으로 다가왔다.

1. 자신의 장애를 이기고 꿋꿋이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빠른발의 용기에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다만 고양이에게 밟혀서 꼬리가 잘렸으면서도 고양이와 용감히 싸워서 자신은 이 정도니 고양이는 오죽 하겠나? 식으로 말하는데는 좀 거슬렸다. 우리네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이로운 점만 부각시켜 말하는 사람들을 보건대 씁쓸할 뿐이다. 처세술이라기엔 자기 잇속에 밝은 모습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2. 빠른발의 용기와 추진력에 감탄한다. 보초 쥐에게 쫓겨났지만 기죽지 않고, 탐색하여 2층 창문으로 돌진하는 추진력. 꼬리가 없어서 못할건 없는 빠른발이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줄 아는 지혜에도 놀란다. 뭉툭한 잘린 꼬리에 리본이라니 ㅋㅋㅋ. 2층으로 돌진하다 죽을 수도 있을텐데 그 무모함(?)이라니 ㅋㅋㅋ.

3. 빠른발은 회색눈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회색눈은 도전조차 못하는 못난 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나약한 심성의 소유자. 무모한 일은 벌리지 않고 순응하는편. 의리파이기도 하다. 순발력과 임기응변술도 뛰어나다. 그 장점을 이용해 빠른발과의 협공이 성공한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다. 매사 자신이 없고 나서길 꺼려한다. 빠른발을 통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자신감을 회복한다. 우리네 일상서 기폭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도화선이 되어 기쁨을 주고 활력을 주는 사람이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서 시발점이 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