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딱 어울리는 글씨체다. 기막힌 어울림이라 생각된다.

소소한 일상에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을 기꺼이 떠오르게 사진으로 볼 수 있음은 기분좋은 일이다. 사진이 있고 거기에 담긴 사연이 나오고 그 너머에 또 있을 숨겨진 마음을 읽는다.

지나간 날들은 그게 힘든 시간들이었어도 걸러지고 또 걸러져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에 때론 놀라기도 한다. 옛 물건들에서 소소한 감정을 느낀다. 그건 비단 지나간 시절의 추억만이 아니고 아직도 진행중인 일상이기도 하다. 찰나의 멈춰있는 시간을 담아내는 직업은 아름답다. 정지된 시간이 주는 그 순간의 멈춤은 찰나이지만 영원이기도 하다. 블로그에서 멋진 사진을 대하매 스크랩으로 사진을 담아올 때 드는 마음은 늘 배우고 싶다/지만 늘 거기서 머무는 마음도 또 어쩌지 못한다. 형제가 사진을 찍어서 작업하고 소소한 추억을 사소한 발견이란 미명아래 피력하고 나열해 놓았다. 난 내 식의 추억과 생각을 토로하련다.

파트 1. 일상의 사물에서 비일상을 꿈꾼다

탁상달력 : 여전히 탁상달력은 TV위에 있고 책상에 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 내게 탁상달력은 중요한 스케줄기록장이며, 예스블로그의 댓글이벤트 발표 날짜 기록장이며, 금금금의 자동이체 체크장이다.

탁상시계 : 기억에 있는듯도 없는듯도 한 태엽감는 시계를 소개한다. 딱 하루만치의 시간이라면 이런 시계를 하나쯤 가지고 싶다.

안경 : 어제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안과에 다녀왔다. 나도 검진을 했다. 노안 초기증상에 근시 초기란다. 연식이 오래 되니 조리개 역할을 하는게 조절능력이 떨어져서란다. 0.7 0.8의 시력이라서 근시 안경을 필요할 시는 써도 되지만 아직 안경쓰기로는 아깝단다. 1.0 아래로는 시력이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컴과 책하고 친하니 가까운건 보는덴 상관없지만(대부분은 가까운걸 잘 못본단다)...

파트2. 따스한 시선으로 본 추억의 몽타주

레코드 : 아주 오래전 서울에 작은 아버지 집에 가서 레코드판으로 조용필노래를 첨 들었다. 첨 접한 레코드판을 통해 창밖의 여자, 정,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등의 노래를 듣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무도 없는 방서 고장날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으나 아무 버튼이나 눌러 보고 턴테이블의 바늘을 움직여보던 그 신기함은 아직도 어제인양 생생하기만 하다.

연필 : 어린젊은날 한때는 연필로 편지쓰는걸 선호했더랬다.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 덕분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엿튼 사각사각 써지는 감촉이 좋고, 왠지 연필 글씨는 더 진솔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

파트3. 아날로그의 냄새와 감촉이 좋다

양초 : 어릴 적 기억속에 양초는 늘 하얗고 기다랬다.

전화기 : 검정 전화기가 눈에 반갑다.

파트4. 삶과 느림에 대한 소소한 발견

손목시계 : 아직도 십이삼여 년전에 사준 패션 시계가 서랍속에서 자고 있다.

자물쇠 : 아직은 자물쇠로 현관문을 잠근다. 작년에 고장이 났기에 교체할까 했는데 의외로 부분을 손보니 또 쓰고 있다. 디지털키가 자리할 날이 멀지 않았다. 물론 이 곳 사진에 찍힌 자물쇠는 아니다.

저울 : 시골 집에 가면 제각각의 용도 따라 저울이 서너개는 된다. 십오년도 더 전에 시골 친정서 저울이 고장나 저울집에 수리를 맡겼다. 금방 찾으러 가려다 어찌어찌하여 조금 늦어졌는데 그런 저울없다고 딱 잡아뗀다. 나중에 수소문하니 믿음도 있다는 사람이던데 결국 그렇게 저울은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