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아마도 30대중반)하며 예전엔 손글씨로 지금은 문자가 그자리를 거의 대신한다. 그래도 항상 잊지 않고 꼭 쓰는말<올 한 해도 당신을 잊지 않았음에 참 다행입니다,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음에 참 감사한 일상입니다.>. 살며 계속 교류가 없다면 잊혀지게 마련인 바쁜 세상이다. 그래도 일년을 마무리하며 떠올려질 수 있는 사람이었음에 감사함을 꼭 그렇게 표현해 보고픈거다. 내가 애도하는 사람/이벤트에 응모한 것은 책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나 깜놀하고 진정이 쉬이 되지 않았던 고최진실씨를 애도하고 싶어서 였다. 그러다 내 생일이 돌아왔고 내 생일의 오래전 추억이자 젊은날 병사한 친구가 떠올라 역시 애도했을 뿐인데(기억을 떠올렸을 뿐인데) 당첨도서는 왔다. 제목에서부터 난 왠지 소름이 돋고 무서워졌다. 선뜻 책으로 손이 가지질 않았다. 일상서의 많은 죽음을 목도하지 않은 탓이리라. 해서 많이 꺼려졌기에 께름칙하니 시작한 책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정좌하는 자세가 되어 읽혀질 수 있었다. 한꺼번에 주욱쭉 읽을 수도 없었다. 상황상황의 많은 생각을 항상 요하는 내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래야 될 것 같은 강박? 엄숙?이 있었다. 일본책을 덜 선호(몇 권의 책이 모방범죄를 조장하는 듯 사실적, 영화나 책이나 메마른 감정표현, 일본책이라는)하는 내게 아주 의미깊이 다가왔고 장편을 선호하는 내게 방대한 부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본책도 우리네 같은 감성이 있는 책이 있음이 기분 좋았다. 이 글은 세 사람의 시선아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안에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가 있다.

 

마키노 고타로 1장목격, 4장위선, 7장수색

마키노 고타로는 사건 사고 기자로 이혼남이다. 오래전 아내와 헤어지고 아들이 자람을 우연히 발견한 재혼한 아내의 블로그서 발견하고는 자기전 블로그를 엿보는게 일상이 되었다. 사건 사고 기자로서 현장을 뛰어 다니던중 역시 우연히 목격한 애도하는 사람을 보고는 블로그에 코너를 만든다. 기사의 정확도는 차치하고라도 좀더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점점 강도는 세지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쪽으로의 기사만 쓰다보니 어느덧 삶의 염증과 회의를 느낄 무렵에 보게 된 애도하는 사람은 적잖은 충격이자 이해 안되는 사람이지만 늘 관심이 간다. 그리고 그 사람의 영향으로 조금씩 자신의 기사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적으로 흘러감을 매우 부자연스러워하지만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떠나도록 했고, 믿었던 어머니마져 돌아오지 않았고 홀로 죽음을 맞이했을때조차 아버지가 싸늘히 대했던걸 평생의 상처로 가지고 있다. 단절된 아버지의 여자에게서 아무리 많은 전화가 와도 묵묵부답이다가 결국 임종후 마지못해 참석한 장례식에서 아버지의 알고자하지 않았던 진면목을 발견한다. 오해로만 점철되었던 과거를 아버지의 여자를 통해 치유하면서 자신이 훌륭한 기자로 죽은줄 알고 있는 아들에게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

 

애도하는 사람(한 발 늦은 남자)

시즈토는 세 살때 폐암으로 외할머니를 잃는다. 운명 직전 외할머니는 글씨로 ’기억해줘’란 말을 남긴다. 6살때 직박구리를 쌍안경으로 관찰하던 중 태풍으로 새끼 한마리가 떨어져 죽자 큰 충격을 받는다. 어떡하면 오래 기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초등때 할아버지가 익사를 가장한 자살을 했으나 그렇게 좋아하던 할아버지였으나 표면적으로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 고교때 친했던 친구는 의대로 진학하고 자신은 공대로. 졸업후 의료기기 회사에 취업하여 친구가 근무하는 병원에 소아 병동 자원봉사도 한다. 그러나 투병 중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발길을 끊게 되고 여친과의 결별 친구와의 만남도 거리를 두게 된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죽은 아이의 1주기라는 말을 해줄때 자신은 평생 그 아이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던게 가짜였다고 믿고 심한 자책에 빠져 친구를 찾으나 의사라는 과중한 업무에 힘들어하다 욕조에 몸을 담근채 그대로 잠들어 익사한 상태. 좋아하던 친구가 힘들어 자신을 찾아왔을때 같이 못한 자책이 깊어지고 결국 시즈토는 마음의 병을 얻어 애도하러 다니기 시작한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러다 일순간 감정몰입으로 인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릴때 엄마인 준코가 삶의 활력이자 안내를 한게 애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는 죽기전에 누구에게 사랑받았습니까?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누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묻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왼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허공에 올리고, 왼손을 땅바닥에 닿을락 말락 하게 내려 여러 곳을 지나가는 바람을 가슴께로 나르는 시늉을 한 뒤 눈을 감는다. 입 속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이면서.

 

 

사카쓰키 준코 2장보호,5장대변,8장 간호

사카쓰키 준코는 자칭 한 발 늦은 남자(항상 죽음 뒤에 찾아간다는 의미)요 마키노 고타로라는 기자의 블로그에 애도하는 남자로 명명되어진 사람의 엄마다. 

 원폭 투하로 인한 지인들의 죽음을 지켜본 아버지는 대인기피증을 앓는 환자로 어머니를 만나 그나마 일상을 유지하지만 여전히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산다.

어머니 역시 오빠의 죽음이 항상 마음속 짐이었었다. 매사 오빠와는 비교가 안되는 생활에서 늘 몸이 약했던 자신에게 오빠는 늘 대신 아프기를 바란다는 말로 위로했는데 그게 사실이 되어 오빠는 죽었다. 그때 자신을 바라보던 부모님의 눈빛은ㅡ죽을 사람은 정작 안죽고 안죽을 사람이 죽었다는 눈빛ㅡ평생 그녀를 짓누른다.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남편이 된 다카히코가 귀는 열려 있다며 마음속 말을 하라는 위로에 힘입어 말하곤 편해지면서 덤같은 생명을 봉사도 하면서 아주 활달하게 지낸다. 자신의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면서 차마 연명을 위한 고통을 봐 왔기에 자신은 암 말기임을 선고받고는 어머니와는 다른 재택 케어를 선택한다. 남은 날들을 여전히 봉사하는 삶에 매진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딸이자 아들의 여동생인 미시오의 임신을 둘러싼 새로운 탄생의 자람과 준코의 암 투병기는 묘한 일치감을 준다. 생과 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음을 말해준다. 만남과 이별인 것이다. 죽음을 향해 가는 도중 연명을 위해 몸이 반응하는 변화들과 새로운 탄생이 뱃속에서 자라남에 변화하는 반응이 모녀인지라 같은 것인지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이 변비가 걸리고...한쪽은 딸의 출산까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딸은 엄마에게 아기를 안겨줄 그 날을 기다리며 집에서의 출산을 고집한다.

 

나기 유키요 3장 동반,6장 방관,9장이해

나기 유키요는 남편을 살인한 죄인이다. 많은 남자들은 그녈 가까이했다가도 늘 구타를 일삼는다. 그러던중 엄마마저 죽고 보살펴주던 남자와 결혼을 해 살지만 여느 남자들처럼 사랑없는 바탕에서 시작된 결혼인지라 구타의 수위는 강도를 더해가고...그러다 사쿠야의 힘을 빌어 비로소 남녀의 사랑에 눈뜨고 그의 도움으로 이혼도 하게 되며 그와 결혼을 한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녀 자신에겐 큰 축복인 결혼이지만 남편 또한 어릴 적 상처를 가슴에 깊이 묻은 사람으로 유키요가 사랑하도록 만들어 놓곤 그녀에게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떠나겠다는 협박으로 일관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증거가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을 살해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가 정당화되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다. 난생 처음 사랑하고 사랑받은 그녀에게 그 증명은 죽음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그리곤 어떠한 해명도 없이 순순히 살인범이 된다. 이런 그녀가 복역하고 출소하여 아직도 죽음을 확인 못한 상황과 어딘가에 살아 있을것 같은 마음으로 살해 장소에 도달하고 거기서 애도하는 사람을 만나 동행에 이른다.

 

여기선 별의별 죽음이 다 기사로 보도된다. 애도하는 남자(한 발 늦은 남자)가 늘 신문이나 광고지의 사망자 명단을 찾아서 노숙도 하며 늘 애도를 하고 다닌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결코 관대하지가 않다. 역력히 불쾌감을 드러내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억울한 죽음일 경우 그 수위는 더욱 강하다. 때론 숨겨진 진실을 피 토하듯 쏟아내놓고 절규하며 편안해지는 가족도 보게 된다. 그는 늘 죽은 사람들의 장소를 찾아가 항상 물음을 던진다. 가장 행복해 하던 때가 어느 때입니까? 누군가에게 가장 사랑받았습니까? 누가 기억해 줄까요   그의 물음은 한결 같다.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 받아 경찰서에 신고도 되고, 순례자, 종교 단체...그러나 그의 애도에 멈춤은 없다. 애도를 위해 늘 새로운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노트에 적는다. 부질없는 짓 같이도 보여지고 이해할 수 없는 시선들을 접해도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마음도 치유되는 안정을 점차적으로 찾아간다. 같이 동행하여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키요를 통해 오랜 세월의 남성성을 찾으며 비로소 자신의 살아있음을, 살아가야할 느낌을 갖는다. 유키요 역시도 살아가야할 이유을 찾는다. 그들이 함께 하지 않아도 어느 곳에선가는 만나질 것을 안다.

 

저마다의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로 예고된 죽음을 맞기도 하고 억울한 죽음도 맞는다. 심지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죽음들이 있지만 점차적으로 망각을 하고 때론 망각의 힘이 있기에 살기도 한다. 도저히 잊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이자 누구나 거치게 되는 죽음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약한 존재가 된다. 내가 사랑한, 나를 사랑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러 그사람을 늘 기억한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상처로 남아 있는 죽음이라면 대단한 아픔이어서 늘 괴로움을 동반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화해와 용서가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을때 부산 이모양 사건이 떠들썩했다. 난 최면에 걸린듯 생각한다. 내가 애도하는 사람(한 발 늦은 남자)이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모양은 누구에게 사랑받았습니까?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누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묻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왼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허공에 올리고, 왼손을 땅바닥에 닿을락 말락 하게 내려 여러 곳을 지나가는 바람을 가슴께로 나르는 시늉을 한 뒤 눈을 감는다. 입 속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이면서.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다. 수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 극락왕생하셨으리라 믿는다. 또다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법정 스님은...그리고 보이는 듯하다. 왼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작가가 7년에 걸쳐 썼다는 이 책을 읽은 죄(?)로 난 수많은 죽음의 기사를 접할때마다 애도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가 질문하는 내용을 떠올릴 것이고 그의 행동을 여지없이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