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더러운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고 “믿을 수 없는 직업”이라고? 그렇지 않다. “정치란 놀라운 분야이고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가가 되는 것은 아름다운 선택”이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정치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고 설득하면서 정치가 무엇인지 들려준다. 특히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진보세력이 저항의 정치에 얽매여 통치의 정치를 회피하는 점을 안타까워하면서 이들에게 말걸기의 형식을 취한다.

저자는 말년에 ‘직업으로서의 정치’란 글을 쓴 막스 베버에게서 정치의 이념을 끌어온다. 베버는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신념윤리가 아니라 책임윤리”라고 했다. 정치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올바로 이끌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에서는 “선한 목적과 도덕적으로 의심될 만한 수단을 결합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정치는 또 강제력, 폭력이 본질인 권력을 수단으로 하는데 그 역시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정당한 사용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는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이자 빈민운동가인 사울 알린스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알린스키는 정치를 “사람들이 스스로의 익숙한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리”라고 정의했으며, “체제 내부에서 일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등과 타협을 불가피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인간적인 현실 위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보적인 것, 정치적인 것 그리고 인간적인 것’은 이 책의 핵심이다. 진보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을 통해 실현돼야 하고, 정치적인 것은 인간적인 것을 놓치면 안된다. 아무리 공동체의 향상과 자신의 이념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라고 할지라도, 현실정치에 서투르고 동료와 유권자의 인간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정치란 장외정치가 아니라 장내정치다. 따라서 촛불시위나 거기서 촉발된 직접민주주의 담론은 대의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징후일 뿐 대안이 될 수 없다.

저자는 샤츠 슈나이더를 인용해 “갈등의 조직, 동원, 통합으로서의 정당체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말한다. 정당은 사회 갈등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또 정당에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면 파당의 지배가 불가피한 만큼 리더십의 확보가 필요하다.

“진보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 아주 좁은 길만이 존재한다.” 서구 진보정당과 우리의 진보정치의 실패를 보면서 저자는 이런 충고를 한다. 이 책은 ‘정치바로아카데미’(원장 심상정)의 강의안을 토대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