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일상에서 뚝 떨어져 나와 수용소로 내몰린 사람들. 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시멘트, 모래, 벽돌과 함께하는 끝없이 피로한 노동도, 영하 20도의 강추위도, 부패한 감독의 폭력과 동료들의 죽음도 아니다. 이들을 지배하는 압도적 고통은 바로 배고픔이다. 배고픔은 이들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고 ‘뇌를 먹어치운다’. 음식 쓰레기 더미를 뒤져 감자껍질을 먹고, 저녁이면 남이 가진 빵조각이 더 커보여 ‘빵 바꾸기’의 함정에 빠진다. 극한의 허기 끝에는 성별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지는 ‘뼈와가죽의시간’이 찾아온다.

허기로 인간성이 박탈된 비참한 장면들은 뮐러의 시적인 문장에 의해 참혹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한다. 소설이 기록문학, 증언문학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뮐러의 아름다운 언어 때문이다. 뮐러의 언어는 비참한 현실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안간힘을 강렬하고 응축적으로 담아낸다.

‘배고픈 천사’ ‘숨그네’ 등 작가가 조탁해낸 새로운 언어는 보이지 않고 말해지지 않던 수용소의 비극을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와닿게 한다. “위가 조여든다. 그 느낌은 점점 올라와 입천장에 닿을 것 같다. 숨그네가 공중을 한 바퀴 돌고, 나는 헉헉거린다” “배고픈 천사는 나를 식당 뒤편의 음식 쓰레기 더미로 데려간다. 나는 배고픈 천사보다 한 걸음 뒤처져 비틀비틀 걷는다. 나는 내 입천장에 비스듬히 걸려 있다”와 같이 참혹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문장들이 소설 속에 가득하다.

주인공 소년은 5년 뒤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나 거기 머문다”라고 말한다. 5년의 경험은 그의 나머지 평생을 지배한다. 그것이 비단 한 개인사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뮐러는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