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국가권력 전복·선동 혐의로 수감 중인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였다. 뉴욕타임스는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노벨평화상 수상자(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류샤오보)를 투옥한 사람(후진타오)을 초대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권 문제는) 많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류샤오보 석방이 그 노력에 포함될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는 류샤오보가 20년간 잡지와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와 서방의 지지, 중국의 반발이 어떤 맥락에서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류샤오보의 이상향은 ‘자유·민주’의 입헌국가로 구체적인 준거는 미국이다. 류샤오보는 오바마가 당선되자 “미국의 자유체제와 문화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부시에 대해서도 흑인인 콘돌리자 라이스와 파월을 중용했다는 이유로 흑인대통령 탄생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한 냉철한 비판 의식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중국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인권운동가, 민주화운동가로서의 이력과 족적,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가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중국에서 류샤오보는 결기와 결사의 언어로 독재 체제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세상에 군림하려는 천하주의 유전자가 공산당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 “범죄세력의 관료화와 관료의 범죄화가 나타나고 있다” 등 권력 심장부를 향한 발언을 이어갔다.

비판 지성은 특권의식과 물질만능주의 세태에도 적용됐는데, “젊은 세대가 꿈꾸는 인생 최대목표는 관료 또는 부자가 되는 것” 같은 발언들은 한국 사회에도 들어맞는다.

민족주의를 경계한 류샤오보는 “다른 나라에는 온갖 저주와 비방을 퍼부으며 애국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정작 중국 정부와 사회가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꼬집는다. 중국 전통 유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논어>의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두고는 “이러한 한담에 무슨 뜻이 있다고 천년도 모자라 지금까지 머리를 싸매고 주석을 다느라고 고생인가”라고 했다. 공자는 류샤오보에게 “황권 독재체제를 수호하는 문지기 개”다.

류샤오보는 “전체주의 체제가 자유사회로 전환된 것처럼 어제의 이단이 내일의 신념이 될 때 새로운 세상이 우리 앞에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89년 톈안먼민주화운동 이후 네번째 투옥을 불러온 ‘신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