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년이 ‘최고’라고 예찬한다. 그렇다고 나잇값 못하는 이들까지 감싸안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늘고 있는 나이에 지레 겁먹어 삶의 끈을 놓으려는 이들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21세기를 사는 중년은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쓴’ 책이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의학전문기자인 저자 역시 50대 중년이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중년의 뇌를 갖고 있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호소력이 있다.

곳곳에서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사소한 일상이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수십명의 신경과학자, 심리학자들과 인터뷰하고 노화와 뇌에 관한 수많은 참고서들을 꺼낸다. 생소한 의학용어도 평소 경험담과 과학적 연구사례들을 파노라마처럼 엮어 알기 쉽게 풀어준다. 특히 중년 앞에 항상 ‘우리’라는 단어를 붙여 친근한 어법으로 이야기한다.

현상과 반박의 연속이다. 중년을 ‘빈 둥지’와 ‘잃어버린 열쇠’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중년의 위치는 낮다. 하지만 저자는 낮은 게 아니라 “더 낫다”고 받아친다. 물건이나 이름 등을 간혹 잊어버리지만 중요한 일을 다룰 땐 중년의 뇌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고 역설한다. 귀납적 추리나 문제해결에서 최고의 수행력을 발휘하며 주인을 섬기는 게 중년의 뇌라는 것이다. 앞서 10대들의 뇌에 관한 책을 냈던 그는 “더 똑똑하고 더 침착하고 더 행복하다”고 중년의 뇌를 최상위에 올려놓는다.

책에 따르면 중년에게 고통을 안기는 스트레스도 희망이 된다. 중년이 되면 “과부하를 견딜 장비”를 갖추기 때문이란다. 연구 참여자들 대부분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복한다는 그 자체가 스스로를 기분좋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 ‘극복의 힘’은 ‘엉뚱한 뻔뻔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컨대 보온병을 포탄으로 보고 룸살롱에서 자연산을 찾는다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60대 중반의 여당 대표도 기분 좋게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황과 주위 인간들을 거의 자동조종 상태로 누빈다.” 저자는 까다로운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중년의 능력은 더욱 돋보인다고 강조한다. 어떤 부모는 자식이 유별난 이성친구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해 근심을 내려놓는다. 또 어떤 이는 최신 휴대폰의 할인가가 전혀 할인이 아님을 알고, 말해서 도움될 게 없다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안다. 이는 중년의 어느 시점에 이르렀을 때 뇌의 한쪽만 쓰는 대신 양쪽 모두를 사용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기 위해 한 팔 대신 양 팔을 사용하는 것처럼.

문제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인생을 단순히 나이로 계산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면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쇠퇴의 이념”의 희생자가 되게 마련이다. 성숙함, 경쟁력, 판단력, 통찰력 등 노화의 긍정적 측면들을 도외시하고 단지 신체적 감퇴만을 염두에 둔다면 ‘주름 방지 크림’을 팔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뇌를 가꾸는 방법에도 솔깃해진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교육, 운동, 음식 등이 뇌훈련에 도움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운동은 뇌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저자는 계속 움직이라고 한다. “운동은 뇌를 위한 요술봉이자, 신경가지들과 아기 뉴런들을 구축하는 최고의 건축업자다.”

중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삐딱한 시선에도 일침을 가한다. 출생률과 급속한 인구 노령화를 겪고 있는 핀란드 일부 회사들의 장인 프로그램을 일례로 든다. 예순이 넘은 이들이 젊은 근로자들을 훈련시키는 이 방식은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어서 미국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나날을 무기력하게 보내며 죽을 날만 남았다고 엄살을 피우는 중년 고참들, 이제 막 중년 클럽에 가입해 불안해하는 신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반성을 모르고 기고만장하는 권모술수의 달인 손에 들어갔다간 극단적 나르시시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