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극한까지 밀어붙이면 성과가 나온다.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는 편집자이면서 독서광인 저자가 책에 대한 수집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펭귄판 시리즈의 그리스 극작품들에 흠뻑 빠져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만족감은 머리말을 보는 순간 깨지고 만다. 아이스퀼로스의 작품은 모두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여든 편이나 썼다는 것이고, 소포클레스의 극은 달랑 두 권이 아니라 서른세 권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에게 앞으로 바로잡아야 할 일을 알려주는 신의 계시와도 같았다. 그는 말한다. “셰익스피어에서 실비아 플래스, 호메로스에서 헤밍웨이, 단테에서 에즈러 파운드에 이르는 위대한 작가들은 지금 내가 소유할 수 없는 작품들을 썼다. 세계 문학사는 상실된 문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렇게 상실된 문학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고대부터 현대를 가로지른다.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로 사라진 공자의 육경 가운데 ‘악기’,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소장하기 위해 엄청난 보증금을 지불하고 가져왔던 아이스퀼로스 작품의 원본이 ‘하느님의 말씀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일시에 소멸된 이야기 등 먼 과거의 이야기부터 단테의 <신곡>이 단테의 죽음 후에야 완성됐던 내력, 도스토예프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후속작을 쓰다가 숨진 이야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책을 읽다보면 세계문학사가 새로 쓰여질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문학의 대체사이고 비문이자 가설상의 도서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