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당황스럽다. <수호천사>는 어린 시절부터 수호천사를 봤다는 50대 아일랜드 여성 로나 번의 자전적 에세이다. 수호천사는 위험을 알려주고 미래를 보여주며 슬픔을 위로해준다.

로나 번은 초등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하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주유소, 백화점 여성복 코너에서 돈을 벌었다. 어린 시절에는 정신지체 장애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이는 줄곧 로나 번의 꼬리표가 됐다. 번은 난독증이 있어 책을 읽거나 쓰는 일에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녹음기와 음성 인식 컴퓨터를 이용해 3년반에 걸쳐 <수호천사>를 썼다. 이 책은 아일랜드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됐고, 40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번은 시종 진지하다. 수호천사는 실재한다는 것, 누구에게나 수호천사가 있다는 것, 단지 수호천사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번역자인 류시화도 서문에서 자신의 신비 체험을 들려준다. 2010년 12월 북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변에서 어느 뱃사공과 만날 예정이었던 그는 “갑자기 어떤 느낌이 들어” 약속을 깨고 그곳을 떠났다고 한다. 약속 장소를 떠나 100m쯤 걸어갔을 때 류시화의 뒤에선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슬람 무자헤딘 광신도들이 저지른 폭탄 테러였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절망하고 영혼이 지쳤을 때, 고통과 슬픔이 심장을 짓눌러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을 지켜주는 유형 무형의 수호천사들이 있다”고 류시화는 말한다.

 

번은 요람에서부터 수호천사를 봤다. “그 존재들은 깃털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번이 받아들이기 쉽게 인간의 모습을 할 때가 많지만 때로 날개를 달고 나타나거나 거대한 불꽃의 형상을 띠기도 한다. 정신지체 판정을 받아 따돌림당했던 번은 호수스라는 이름의 장난꾸러기 수호천사의 도움으로 학교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번은 모든 아기들은 천사와 영혼을 볼 수 있지만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서 장난감처럼 확실한 것이 아니면 공상이라고 치부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호천사가 일생에 걸쳐 번을 도운 사례가 이어진다. 천사는 10대의 번에게 장래의 배우자를 보여주면서도, 그가 건강이 좋지 않아 일찍 세상을 뜰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를 알려주는 이유는 번이 강해지도록,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인종, 종교, 정치 갈등 때문에 테러가 끊이지 않던 아일랜드에서 천사들은 위험을 미리 알려주거나, 막을 순 없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슬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속삭여줬다. 천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잊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번에게 책을 쓰도록 권유했다고도 한다. 책은 번의 남편이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뜨고, 번이 산책을 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져 천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깃털을 줍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책의 분위기는 음습하거나 무섭지 않다. 오히려 따스하다. 번은 신은 인간이 행복하기를 원한다고, 인종과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그를 돕는 수호천사가 있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아마 번에겐 수호천사가 있을 것 같다. 책을 내기 위해 보이지도 않는 수호천사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은 듯하다. 수호천사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건 번이나 어떤 독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수호천사가 있다”고 말하는 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여태까지 수호천사란 개념조차 모르고 지내지 않았나. 아일랜드 사람에게 “조상님 혼령이 당신을 지켜준다”고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