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껍질을 무척 좋아하는 한 지인은 개고기를 멀리한다. 개고기 먹는 사람을 비난하지는 않지만 집에 있는 애완견을 생각하면 차마 먹을 수 없다고 한다. 개고기 옹호론자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 “그럼 돼지, 소는 왜 먹나”라고 응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책도 이런 논리에서 출발한다. 그렇다고 개고기도 먹자는 얘기가 아니다. 고기를 아예 먹지 말자고 권한다.

이 책은 육식을 정당화하는 인간의 육식 이데올로기를 까발린다. 살벌한 도축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부분에선 참혹함마저 느껴진다. 여러 문헌과 연구 사례를 중간중간 박스 안에 실어 읽는 이로 하여금 무료하지 않게 한다. 영국 일간지가 보도한 모란시장 개고기집 풍경과 한국 동물단체 관계자의 개고기를 향한 독설을 담은 부분도 눈길을 끈다. ‘육식주의’ 시스템하에서 동물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를 해부하며, 환경과 건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육식주의의 최종 희생자는 결국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들은 개를 귀엽고 충성스럽고 영리하다고 보면서, 왜 돼지는 더럽고 멍청하고 게으르고 못생겼다고 여기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수천명의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돼지는 먹기 위해 키우니까” “원래 그런 것 아닌가”와 같은 답변만 돌아온다.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종은 도축장으로 보내고 다른 종에게는 사랑과 친절을 베푼다. 왜일까. 부정, 회피, 일상화, 정당화, 몰개성화, 이분화, 합리화 등을 포함하는 “정신적 마비의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책에 따르면 현대의 육식주의는 도살이라는 ‘광범한 폭력’ 위에 서 있다. 저자가 육식주의를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육식주의의 폭력성이 어느 정도인고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그(도살) 현장을 제 눈으로 보기를 꺼리고, 목격한 사람들은 심한 충격을 받는다.” 요즘 이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번역은 시의적절하다. 구제역으로 소·돼지들이 생매장당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도 우리는 나이프로 썰고 포크로 찍고 숯불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곤 “불쌍한 것들”이라며 혀를 찬다.

책에 따르면 세상에는 육식을 정당화하는 방대한 신화가 존재한다. 이는 ‘정상이며 자연스럽고 필요하다’는 ‘정당화의 3N’과 연관돼 있다. 3N은 아프리카인들의 노예화에서부터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이르는 모든 착취적인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돼왔다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