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간한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의 후속 편이다.

전작이 도시 분야 이론과 사상을 통해 도시의 뜻을 살폈다면, 신간 <도시 클리닉>은 클리닉이라는 단어가 뜻하듯 자연과 문화가 파괴돼 죽어가는 도시를 ‘인간 중심의 도시’로 치유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주목할 부분은 전작보다 매서워진 한국 도시에 대한 비평과 비판이다. 지은이는 특유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관점이 깃든 도시론으로 한국 도시의 본질적 문제를 파고든다.

 
“국토는 차별과 불균형으로 부자와 서민, 도회지와 시골로 분열된 수많은 게토가 형성되고, 도시는 인권·평등·자유·존엄성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아마겟돈의 장소로 변해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은이가 보기엔 “한국의 개발정책은 문화도시, 생태도시, 최첨단 과학도시, 행정복합 도시, 기업도시, 국제도시, 관광·레저도시 등 가지각색의 슬로건 아래 행정책임자들과 재벌기업이 합세해 국가와 민족의 자산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중범죄를 저지르며 온나라를 투기 사업장으로 만드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도시를 선거구로 여기고, 경제인은 이익 창출의 시장으로 보며, 기술과학자들은 제품 발명의 성과로 간주한다. 그래서 “그들은 (4대강 사업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컨테이너 운반선을 해발 1000m 산으로 끌어올리는 갑문식 수문을 만들거나 최첨단의 로봇물고기가 헤엄치는 데 감격”한다.

지은이의 치료법은 ‘보편타당성의 복합체’로서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지은이는 책에서 “(이 도시는) 경제대국, 자유주의를 외치는 정경유착의 정치·사회체계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 윤리와 도덕을 중요시하는 정치 철학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치료법은 유럽의 민주주의 전통과도 이어진다. 지은이는 “유럽 사회는 20세기 초부터 상층계급의 독점적 경제행위를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체제를 확립했다”며 “유럽은 사회 각 분야에 공정한 형평 원칙이 준수되는 사회제도가 확립되어야 안정적 경제활동이 보장되어 경제가 성장하고 도시는 영속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된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리·사회·인류·철학·건축·환경·심리·교육 분야를 넘나들며 인문학적 깊이를 드러낸다. 도시는 인간과 자연, 삶과 역사, 지식의 총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