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대부분은 도시에 살면서도 도시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눈길은커녕 비판만 할 뿐 내가 사는, 살아가야만 하는 이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관심은 적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재건축 등 도시재개발·도시계획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 분석을 통해 우리가 더 살 만한 도시, 그야말로 살아숨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러 제안, 나아가 도시계획자나 도시민들이 가져야 할 의식이나 태도 등을 이야기한다.

책의 중심축은 1950년대 미국 중심의 도시개발이다. 저자는 슬럼가를 정비한다는 이름으로 추진된 무분별한 재개발, 인간의 삶과 역사가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골목길·주택가·도심공원을 없애고 획일화된 고층 빌딩을 세우는 도시계획이 과연 이전보다 더 나은 도시로 재탄생시켰느냐고 자문한다.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저자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같은 개발은 개발업자와 은행가·공무원·정치인 등 이른바 ‘도시 조작가’들이 도시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겉모습만 따질 뿐, 실제 어떻게 작동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와 연계돼 삶을 꾸리고, 도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엔 관심이 없어 벌어진 결과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과 활기, 다양성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사람을 위한 도시라면 단일 용도 중심의 지구계획 대신 다양한 용도가 뒤섞여 서로 지탱하게 만들고, 오래된 건물과 신축건물의 공존, 도시민에게 걸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도록 하는 거리 조성 등을 제안한다.

독자들은 60여년 전, 그것도 미국 도시 이야기가 지금, 왜 이렇게 공감될까 하며 놀랄 수 있다. 저자는 “무분별한 도시재개발·슬럼가 일소 프로그램이 결국 실패와 재앙을 거듭하다 제풀에 굴복했다”고 말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굳건히 살아 지금 활개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