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는 고향이 지방이다.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서울 지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사람과 서울에서 매 주말마다 데이트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데이트 코스를 쫙 정해놓고 날 데리고 다녀주는 건 바라지도 못한다. 그저 싸움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데이트를 하기 전날마다 우린 다투기 바쁘다. ‘데이트 코스 같은 건 좀 알아서 정해봐’ 라고 말하면 바로 반격이 들어온다. ‘네가 서울 사니까 잘 알 거 아냐, 내가 서울에 대해 하는 게 있어야지.’

 

나 서울 토박인거 맞다. 맞는 말인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감해진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긴 했는데 마땅히 데이트 할 만 한 곳을 알지는 못한다. 서울 사람이라고 해서 서울 지리에 모두 밝은 건 아니니까. 행동반경이 거의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좋은 데이트 장소를 알 길이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우리 커플이 데이트를 하는 것 역시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도 좀 멋진 곳에서 데이트 좀 하자’라고 말해봤자 ‘멋진 곳 어디?’라는 대답뿐이니, 말한들 뭐하랴.

 

그런 우리에게 [데이트 인 서울]은 구세주 같은 책이다. 말 그대로 서울에서 데이트하기인데, 책 서울에서 가볼만한 장소는 다 모여 있다. 피크닉 하기에 좋은 공원, 산책하기에 좋은 길, 서울에서 갈만한 여행지 등 데이트 하기에 좋은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주소와 가는 길 정보도 상세하게 나와 있어 유용하다.

 

그것뿐이 아니다. 서울에서 가볼 만한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맛집, 리스트들도 소개되어 있는데 가는 길 정보뿐만 아니라 가격, 영업시간, 주차정보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 따로 정보 검색을 할 필요가 없다. 문화공간이나 갤러리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와 마사지나 스파, 호텔 데이트 정보까지 수두룩하게 실려 있다. 찜질방 데이트, 스포츠 데이트, 캠핑장 데이트, 공연장 데이트 등 이색 데이트에 대한 정보도 있어 호기심이 발동하게 만든다. 이렇게 좋은 데이트 장소들을 놔두고 그동안 왜 그렇게 줄곧 동네에서만 데이트를 했는지 후회가 될 정도다.

 

이 책은 서울의 멋진 데이트 장소를 찾는 연이들에게 좋은 책이지만 새로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도 좋은 데이트 지침서가 되어준다. 남녀 별로 각각에게 맞는 데이트 준비나 계획을 소개하는데, 데이트 할 때의 매너나 데이트 의상과 메이크업 등 데이트 코칭에 대한 정보들도 알차게 소개되어 있다.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이라면 이 책 한권으로 완벽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그야말로 데이트를 위한 만능책이다. 새로 시작하는 커플들부터 사귄지 오래되어 좀 더 신선한 것을 원하는 커플들까지, 다양한 연인들을 위하여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나 취향이 맞는 부분들을 골라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인 서울]을 들여다보며 함께 데이트 계획을 짜는 시간도 즐거움을 줄 것이다. 나 역시 한동안은 이 책 덕분에 데이트 계획을 서로에게 미루는 싸움은 줄어들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