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가슴은 천연 인큐베이터

 

 

출산을 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나는 편안하게 산후조리를 하고 있고, 아기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생후 한 달이 안 된 신생아를 키우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생전 신생아는 실제로 본 적도 없던 내가 신생아를 안고 재우고 먹이고 씻기는 일이 내게는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내가 낳은 내 자식이라지만 내게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갈수록 누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요즘에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문제는 바로 아기의 잠투정이다. 더 먹기 싫어할 정도로 충분히 젖을 먹고 그만큼 또 충분히 싸고 싼 만큼 기저귀도 부지런히 갈아주었다. 그런데 잠을 안 자려고 한다. 안고 젖을 물리면 자는데 내려놓자마자 눈을 뜨고 엄마를 찾는다. 그럼 나는 또 아기를 안아준다. 자지러지게 울던 아기는 내 가슴에서 금방 안정을 찾고 잠이 든다. 우리 아들은 이렇게 자꾸 엄마의 가슴을 찾는다. 그곳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야 비로소 안심하고 잠에 든다.

 

‘엄마의 가슴’이란 모든 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나를 가장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곳이고 내가 가장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뱃속에서부터 10개월 동안 들어왔던 엄마의 심장소리는 성인이 된 후에도 나를 가장 안심시킬 수 있는 소리다. 인간은 누구나 힘이 들 때면 엄마의 가슴을 찾는다. 그게 힘들다면 엄마의 가슴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찾게 된다.

 

얼마 전 티비에서 캥거루 케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600g밖에 안 되는 미숙아로 태어나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지만 살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 미숙아가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었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대신 엄마의 맨 가슴 위에 엎드려 지내기 시작했고, 살기 힘들다던 그 아기는 엄마의 가슴 위에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결국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놀라운 기적은 바로 ‘엄마의 가슴’이었다. 인큐베이터 대신 엄마의 가슴이 아기를 살린 것이다.

 

‘맨살로 키워라’는 이러한 캥거루 케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에 캥거루 케어는 의도적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었다. 병원의 인큐베이터 수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하늘로 보내야했던 엄마들이 마지막으로 아기를 품에 안고 작별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엄마 품에 안겨있는 그 짧은 순간에 아기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다. 계속 엄마의 가슴 위에서 지내는 아기들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내던 아기보다 더 빠른 성장속도를 보여주었다.

 

캥거루 케어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등받이가 비스듬한 편안한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아기가 입은 옷을 벗기고 기저귀만 착용한 상태로 만든다. 엄마는 윗옷 앞부분을 열어 가슴이 드러나게 한다. 아기를 엄마와 마주 본 자세로 가슴 위에 올려놓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기가 맨살로 맞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기의 드러난 부분은 가볍고 따뜻한 담요로 덮어준다. 이 자세를 하루 종일 유지한다.

캥거루 케어는 가능한 태어난 직후부터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태어난 지 6주가 넘어갈 때까지는 꾸준히 해주는데, 그 이후에도 아기가 좋아한다면 계속 해주는 것이 좋다.

 

이처럼 ‘맨살로 키워라’에는 엄마의 가슴이 지닌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그 놀라운 힘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나도 엄마가 되었지만 내가 우리 아기에게 그런 위대한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기를 위한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 사소한 실천으로 우리 아기가 따뜻한 사랑 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만큼 위대하다. 적어도 내가 키우는 우리 아기에게는. 나는 그런 ‘위대한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