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변화

 

 

학창시절, 내게 선생님이란 존재는 멀고 어렵기만 한 대상이었다. 때론 두려운 존재였다. 그만큼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의 권위는 높았다. 학생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상대. 거침없이 휘두르는 회초리에 오늘도 무사 통과 되기를 바라며 가슴 졸여야 했던 상대. 말대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요즘의 선생님은 어떠한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이 하루가 멀게 뉴스를 장악할 정도로 선생님은 고달프다. 학생과의 소통, 교감 등 감정을 나누는 일은 오래전에 교실 안에서 사라진 듯하다. 선생님은 그저 시험에 나오는 문제나 잘 집어주면 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못한 선생님은 외면당하고 학생들은 학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시험 문제를 잘 집어주는 학원 선생님이 그나마 자신들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학생들은 선생님을 우습게, 또는 만만하게 보는 일까지 벌어졌다. 학생과 교사 간의 말도 안 되는 폭력 다툼이, 그러니까 정말이지 말문을 탁 막히게 하는 사건들이 교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수시로 뉴스에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제 교실과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다툼에 대해 무뎌질 대로 무뎌졌고 교권실추라는 말을 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도대체 어쩌다가 우리의 학교가 이렇게 되었을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학교에 대안은 없는 것일까. 교권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 한 것인가. 날이 갈수록 강도도 세지는 학생과 교사간의 문제점들에 우리는 점점 더 무뎌져야 하는 걸까. 그에 대한 해답을 ‘내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에서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내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은 EBS 다큐 프로그램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변화에 도전한 일곱 분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선생님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있고 저마다 다양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교권이 무너진 교육 현장에 카메라를 비춰 그곳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관찰하여 선생님과 학생들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책에는 그 일곱 분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처음 각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제시와 교실 내에서 수업하는 모습, 학생들과의 관계, 등을 카메라로 모두 담아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저마다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무리한 권위의식을 내세워 학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초등학교 선생님, 열심히 수업은 하지만 학생들은 귀담아 듣지 않고 잠들어버리는 중학교 선생님의 수업, 학원가의 스타강사처럼 학생들을 대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학생과의 소통이 끊긴 교실에서 무리하게 수업을 이어가는 중학교 선생님,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체벌만을 고집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등등, 이 책에는 다양한 모습의 선생님들이 저마다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수업을 잘하고 싶어서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애들이 잘 듣는 게 아니더라고요. 77p

 

선생님의 수업에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눈에는 자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죠. 83p

 

‘내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에는 각자의 선생님들의 방식에 맞는 미션과 해결책을 제시하며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6개월의 기간 안에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해결되기는 힘들 거라 생각된다. 바닥으로 실추 된 교권이 이 책 한권으로 회복되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선생님들이 모두 자신의 수업방식과 교사로서의 모습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그것을 고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일곱 분의 선생님들은 마음을 열어 자신을 바꿀 생각을 하고 전문가들의 지적과 미션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수행하려 노력한다. 선생님들의 노력에 의해 교실의 분위기는 점차 바뀌어간다.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그것을 고치려고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력은 위대하다. 그리고 그런 작은 노력들이 쌓여 우리나라의 교육계에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