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내게 참으로 버거운 한해였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결혼과 임신, 출산 3종 세트를 올 한해에 다 치렀다. 결혼 생각 없다던 나였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애까지 낳아서 기르고 있다. 내 품에 안겨있는 작은 생명은 종일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내 젖을 찾아서 물고 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도 나는 아직 모든 것이 낯설다. 올 한해에 내게 불어 닥친 내 현실이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갓난아기는 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는 내가 아기를 낳았는데, 그게 아들이다. 육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들은 풍문으로 ‘아들엄마’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주변에서 아들가진 엄마들이 출산 전부터 잔뜩 겁을 준 상태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정적인 딸에 비해 아들은 동적이라 키우기 쉽지 않다는 거다. 자랄수록 점점 활발해지고 거칠어져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아들 둘 키우는 친구가 전화할 때마다 잔뜩 쉰 목소리로 말한다. “너도 아들 둘 키워봐. 고함지르느라 목소리가 남아나질 않아.”

 

이렇게 육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잔뜩 겁만 먹은 상태였다. 그러나 막연하게 겁만 먹고 있어서 되겠는가. 당장 내 품에 안겨 젖을 무는 내 아들을 나는 올바르게 잘 길러내야 하는걸. 그래서 요즘에 육아에 관한 책들을 잔뜩 읽고 있다. 아무 대책 없는 내 육아기에 조금이나마 빛을 비추어줄 멘토를 만나기 위해서.

 

그래서 선택하게 된 책이 ‘엄마 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다’이다. 그래, 우선 아들을 잘 키우려면 먼저 아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내 아들이지만 엄연히 나와는 다른 성을 가졌으니까. 나와 다른 성에 대한 이해부터가 우선인 거 같았다. 도대체 아들들은, 아니 남자들은 나와 어떻게 다르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런데 책에서 만난 내용은 상당히 의외였다. 책 속에서는 의외로 남자와 여자의 다르지 않음, 그러니까 차이점이 별로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흔히 세간에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에 대해 논하는 점들을 책 속으로 직접 끌어들여와서 그것을 하나하나 분석해준다. 그리하여 책에서 내려준 결론은,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화성에서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고 하지 않은가. 책 제목에 끌려 나도 그 책을 구입했었다. 분명 남자와 여자는 본성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니.

 

그러니까 ‘엄마 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다’에서 말하는 맹점은 처음부터 아들과 딸을 크게 다르다고 구분시켜 놓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들이 딸보다 더 활발하고 적극성을 띄는 것은 있다. 학습능력에 대해서도 차이점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구분시킬 만큼 두드러지는 특징은 아니다. 일단은 엄마들의 머릿속에 차있는 남성성에 대한 허상을 버려야한다. 그래서 일단은 내 아이, 내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건 엄마가 아들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는 것이다. 아들은 엄마가 바라는 대로만 자라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그런 욕심을 버려야 한다. 엄마의 무한한 욕망이 아이를 망친다. 아무리 잔소리가 하고 싶어도 엄마의 말을 줄이고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아들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욕심을 버리고 아들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으면 그 다음은 아이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들의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고 거기에 동참해야 한다. 이 책에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가 연령별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 외에도 아들의 동적 기질 이해하기나 아들의 학교생활, 아빠와의 관계, 취미와 여가생활 등등 구체적인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이걸 보며 충분히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해볼 만하다.

 

‘엄마 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다’는 아들 엄마를 위한 훌륭한 육아서가 분명하다. 그러나 아들 엄마에게만 국한되는 책은 아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육아에 대해 고민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볼 만한 책이다. 육아에 대한 위로와 실용적인 대안까지 나와 있어 육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