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통해 위로받다

 

보통 책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책의 내용물이다. 내가 원하는 주제나 소재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그 주제를 펼쳐나가는 내용은 탄탄한지,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필력은 어떠한지, 내용에 신뢰와 믿음이 가는지 등등. 주로 질적인 면을 따져 선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나 역시 지금껏 책을 선택할 때 그래왔다.

그러나 가끔은 그 외적인 것에 끌려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책의 표지나 책 안에 담긴 사진, 삽화. 또는 책의 두께나 글씨체, 또는 우연히 펼친 페이지에서 나를 확 사로잡는 어떤 글귀를 만났을 때... 별 고민 없이 그 책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방식에 의해 한 권의 책을 선택했다.

 

예쁜 책 한권을 만났다. 파스텔 톤의 분홍과 하늘색 세로줄무늬가 반복되는 표지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정말로 겉모습에 반해 선택한 책이다. 표지 색이 내가 좋아하는 핑크와 하늘색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표지 한 가운데 적혀있는 ‘사랑을 배우다’란 제목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표지 색깔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랄까. ‘인생에서 가장 따듯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라고 쓰인 문구를 보니 어떤 종류의 책인지 짐작이 갔다. 이 책 안에는 예쁜 사랑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으리라. 그리고 책속에 빠지는 순간 나 역시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 예상하며 책 표지를 펼쳤다.

 

이 책은 ‘무무木木’라는 필명을 쓰는 어느 작가의 책이다. 서른 두 살의 에세이스트며 ‘사랑을 배우다’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이미 100만부 이상 팔렸으며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필명을 쓰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도 거부한 채 은둔형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베일에 쌓여있는 작가라니 어째 호기심이 더 생긴다.

 

책 속에는 내 예상대로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장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짤막한 단편들의 이야기들로 되어있어 중간 중간 펼쳐들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책이다. 1부는 사랑을 테마로 한 짧은 단편들이 수록되어있고, 2부는 사랑에 대한 좋은 글귀들을 모아놓았다. 톨스토이, 괴테,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헤겔 등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옛 문학가들의 좋은 문구들이다. 각각의 글귀 밑에는 저자가 짤막하게 쓴 사랑에 대한 정의들도 있어 함께 읽는 재미를 준다. 그 뒤에 3부와 4부에서 사랑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사랑이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톨스토이 (104p)

 

사랑이란 이를테면 깊은 한숨과 함께 사는 연기, 또한 맑아져서는 연인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불, 헝클어져서는 연인의 눈물에 넘치는 바다. -셰익스피어 (112p)

 

누구나 사랑을 한다. 사랑 없이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론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다. 상처받아 힘들지라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그것이 우리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어주니까. 그래서 나 역시 사랑을 한다.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사랑은 어렵다.

 

매일 사랑을 한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것 투성일지 모른다. 그래서 사랑을 배우고 알아가야 하나보다. 이 책을 통해 타인이 사랑 하는 법을 배우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위로받고, 때로는 힘을 얻으며 나의 사랑을 더욱 탄탄하게 지켜나가련다. 그것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굳세게 버텨나가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