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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짓는 사람

늘 그런 꿈을 꾸어왔다. 나만의 집을 내 손을 짓는 꿈. 나와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나만의 집. 그 공간 안에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현실을 꿈꾸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러하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짓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얘길 들으면 부러움이 마구 솟는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꿈을 살며시 흔들어 깨워본다. 내게도 그런 꿈이 있잖아... 하면서. 나는 여전히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이 희미하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 다니는 꿈이기도 하다.

집이란 무엇일까. ‘행복한 집짓기’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른 질문이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집이란 무얼까. 자고 먹고 쉴 수 있는 기본적인 제공을 하는 것 외에 우리에게 주는 의미란 무얼까. 왜 사람은 밖에서의 일과를 마치고나면 어김없이 집으로 들어가는 걸까.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집은 나를 기다리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공간. 혹은 가족 없이 혼자 지내더라도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나만의 공간. 그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잠시 동안 아주 먼 곳으로 떠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누구나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기다리는 유일한 공간인 집으로.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나는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행복한 집짓기’는 건축디자이너인 저자가 집을 짓는 자신의 일을 에세이로 펴낸 책이다. 여유 있게 적힌 글들 사이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진들이 가득 담겨있다. 프로방스식과 독일식으로 지은 예쁜 집들이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사진으로만 봐도 설렘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집들이다. 실제로 이런 집에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집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실, 주방, 공부방, 다락방, 정원 등등으로 주제를 분류해서 거기에 맞는 공간 만들기에 대해 설명해준다. 집짓기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중요시 하는 건 바로 행복한 집짓기이다. 엄마이자 아내인 저자는 주부가 행복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단순히 건축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갈 누군가의 행복까지 함께 짓는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행복을 짓는 사람이다.

저자가 짓는 집은 프로방스와 독일식 건축물이다. 작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담은 장식과 소품을 배치하여 자연주의 삶을 지향한다. 다소 소박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듬뿍 안고 살아가는 공간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프로방스식 건축물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건축물보다 소소한 행복과 아기자기함이 구석구석 묻어있는 이런 건축물들이 사람의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

저자는 집을 짓는 행위를 단순히 ‘건축’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건축가의 기술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건축의 기술을 가진 사람과 건축을 그리는 사람,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 간의 신로와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존중하고 조율했을 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고집만 가지고는 행복한 집짓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건축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고 집짓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을 벗어나 사람을 위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저자는 막연히 집의 아름다움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추구하되 실용적인 면과 함께 맞물려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 실용적이지 못하고 불편함을 주는 집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저자는 집을 짓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지 잘 아는 것이다. 집을 짓는 행위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행복한 집짓기’에는 저자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짓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포근하다. 그리고 다시금 다짐해본다. 나 역시 나의 행복을 그려나갈 수 있는 집을 짓겠노라고. 그 안에서 나와 나의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며 행복을 만들어가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