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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헤매는 육아의 해법서

임신 후에 독서성향이 크게 달라졌다. 그 전에는 철저히 나를 위한 책들 위주로 읽었다. 나에게 지식과 재미와 유익함을 줄 수 있는 책. 그러나 임신 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독서 성향이 모두 아기에게로 맞춰졌다는 것이다. 태교를 위한 동화책을 산뜩 사들여 읽는 것은 물론이고 성인도서도 죄다 육아교육에 관한 책들뿐이다. 육아책의 선정 기준은 어떠한가하면, 지인들과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요즘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책, 요즘 엄마들이 필수로 읽는다는 책 등등을 이 잡듯 열심히 뒤져낸다. 그리하여 골라낸 책들을 뿌듯한 마음으로 구입한다. 그리고 쌓아놓은 육아서적들을 보며 혼자 뿌듯해한다. 이정도면 똑똑한 엄마 노릇 하고 있는 거 맞지?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육아서적들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으면 나는 점점 더 똑똑한 예비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어째 내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정리되는 것은 별로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명쾌함으로 무릎을 탁 치는 대신 고개를 갸웃거린다. 독서 후에 남는 물음이란, 그래서 결론은 뭘 어쩌라는 거지? 고작 이런 거다. 그래. 정말 뭘 어쩌라는 걸까. 수많은 육아 책들에 둘러싸여도 명쾌한 해답은 구하기 힘들고 나는 똑똑한 예비엄마가 되기는커녕 정리할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진다. 아...육아의 길은 이리 멀고도 험한 것인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육아에 지레 겁을 먹기까지 이르렀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얼까. 그 해답을 나는 이 책에서 얻었다.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에는 나를 포함한 요즘 젊은 엄마들이 육아의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를 속 시원히 밝혀준다. 바로 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사방으로 정신없이 뻗은 길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다. 엄마들이 그렇게 헤매는 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기에게로 가게 된다.

요즘은 육아선생님들이 너무 많다. 인터넷만 들어가도 육아코치들이 넘쳐나서 순식간에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육아서적들은 또 얼마나 넘쳐나는가. 하지만 그 많은 육아정보들이 하나의 목소리만 내준다면 참 편하겠지만, 그들은 저마다 다른 말을 한다. 어디서는 어렇게 하라는데, 또 저기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고. 그 이유는 당연한 것이다. 모든 아기들이 저마다 성격과 기질이 다른데, 어떻게 일관된 육아법으로 그 많은 아기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모든 아기들은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육아에 성공했다더라 하는 말은 그 아기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그 방법이 꼭 우리 아기에게도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은 서양문화에만 길들여져 그들의 육아방식만 맹목적으로 따르려하는 요즘 세태를 비판한다. 엄연히 그들과 우리의 문화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존재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엄마들이 우리를 낳고 길러온 우리만의 방식들을 요즘의 엄마들은 거부한다. 대신 먼 곳에 떨어진 파란 눈의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따르려한다. 서양의 것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며 우리 것은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도 크게 작용한다. 그 덕분에 서양사람들이 펴낸 육아서적들을 마치 육아의 정식이라도 된 것처럼 읽으며 그대로 따라하려 한다. 나 역시 그런 엄마들 중에 하나였으니.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그들의 방식일 뿐.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우리엄마가 우리를 길러온 방식이 있다.

서양의 육아방식은 독립심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아기를 따로 재우고 자다가 울어도 바로 안아주지 않는다. 모유를 먹일 때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먹인다. 그러니까 엄마가 편하고 아기를 독립적으로 키우려면 아기 때부터 엄마의 기준에 아기를 길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꼭 그런 방식이 아기의 독립심을 키우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아기 때 형성되어야 할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육아법은 정 반대이다. 애착육아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기와 항상 함께 자는 것이 당연하고 아기가 울면 바로 안아주고 모유도 아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먹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엄마와 아기간의 애착을 형성하는 방법이며, 그로 인해 아기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간다. 자기를 지켜주고 돌봐줄 보호자가 항상 옆에 있다는 든든함이 아기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요즘 서양의 육아도 동양의 육아가 더 좋다는 걸 알고 그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그들의 것을 쫓고 있는 것이다.

애착 형성에 문제가 생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 세상도 믿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정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자존감도 낮다. 매사 스트레스가 많아 잔병치레도 잦고, 학교생활이나 각종 성취에도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다. 59p

서양의 방식과 동양의 방식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소신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소신 없이 갈팡질팡하다가 길을 잃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기에게 갈 테니까. 내가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 역시 길을 잃고 헤매는 엄마들 중에 한명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에 똑똑한 엄마로 우뚝 섰다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반성은 하게 된 정도랄까. 이제 곧 시작 될 육아에 대해 여전히 두려움은 많지만, 그 험난한 길에서 내 소신을 끌어나갈 뚝심은 잃지 말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