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점원이 전직 성직자라니…….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런 사람이 있는 걸까? 말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정말로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책은 전직 신부님이었던 저자가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을 담은 책이다. 처음에는 소개글만 보고 소설인줄 알았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소설이 아니었다. 실제 경험을 담은 쓴 에세이다.

 

저자인 사이먼 파크는 20년 동안이나 성직자로서 살아왔다. 그러던 중 신부님의 자리를 벗어던지고 슈퍼마켓에서 점원으로 일을 한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 더욱 믿기가 어렵지만, 그는 그런 결단을 한다. 교회에서 성직자로서의 삶을 사는 대신 슈퍼마켓에서 상품들을 진열하고 계산대 앞에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슈퍼마켓 점원의 삶을 택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그러한 삶을 일지 형식으로 신문에 15개월간 연재했다. 그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이야기를 엮어서 낸 책이 바로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이다. 저자는 그 외에도 다양한 글들을 써왔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책 속에는 저자가 슈퍼마켓에서 선반 정리를 시작하게 된 일부터 소개한다. 그러면서 슈퍼에서 일하는 동안 겪은 다양한 일들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펼쳐나간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우리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에피소들을 담고 있어 읽어나가는 데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을 깊게 바라보려고 하는 통찰력이 묻어있다.

 

성직자의 삶을 버리고 슈퍼마켓 점원이 된 사연이 놀랍기는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고, 새롭게 맞이한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떤 삶이든지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해서 사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저자가 후에 또 다른 새로운 삶에 뛰어들지는 않을까, 그리하여 다른 이야기를 들고 독자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