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소재로 다룬 책은 처음 읽었어요.

사실 체스 아이가 좋아해서 조금 두지만, 말들이 움직이는 규칙을 아는 수준이고,

정작 게임의 묘미를 즐기는 수준은 아님에도, 로맨스 이야기에 나오는 체스는 과연

깊이가 있을까? 웬지 선입견이 없을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이 있었답니다.

체스 플레이어, 체스 챔피언 이런 용어 자체가 넘 멀게 느껴져서 소재에 대한 거리감이

처음부터 있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평들이 대체로 읽어 보고 싶더라구요.

 

첫 장을 펼쳐서 작가 소개를 보는 순간, 이야기가 가벼울 것 같은 편견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나자혜 작가에 대한 소개에 '아마추어 체스 플레이어'란 단어를 보고,

체스란 소재를 어떻게 이야기에 접목시키고 있을 까 궁금해 집니다. 

 

체스 챔피언 레오 한, 인물의 배경이 자수성가하였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들, 돌봄 받지 못한

그 상처들로 인해 정말 어둡기만 해요. 냉소적이고 정말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남자,

그렇지만 자신을 사랑해 줄, 품어줄 넉넉한 그 마음을 가진 대상을 보고선

집착을 품고, 거기에 매달려야만 하는 외줄타기 같은 불안 불안한 정서의 남자.

 

그 남자를 보듬어 가는 혜린이란 여성을 보면서 사랑이란

눈에 씌인 콩깍지가 아니라 상대방의 연약함을 보고 채워주고자 하는 그 마음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배경적인 부분을 독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 속에 작가의 설명이 미미하지 않고,

잘 녹아 있어서. 인물의 설정과 그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배경,

그런 것들에 대해 필연성이랄까 당위성 이런 것들이 느껴지는 소설이라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쉽지않은 사랑이야기, 보듬어 가는 따스한 모습이 있어서,

읽으면서 마음이 따스해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