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를 떠올리면 슬픔이 정말 먼저 떠올라요. 일반 백성의 부자지간이었더라면 과연 이런 슬픈 가족사가 생겼을까 싶기도 하고,

세자로 태어난 것이 불운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사도세자 이야기를 맨 처음 접하면서 참 이해가 안 되었어요.

아무리 권력이 중하다고 해도 어떻게 아비가 아들을 뒤주에 갇혀 죽게 할 수가 있을까? 그냥 폐세자로만 하면 안 되었을까?

이런 생각이 있었답니다. 이제 초등 4년이 된 아이에게 사도세자 이야기를 해 주는 날이 왔습니다.

 

정약용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책에 정조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 이야기가 들어 있었거든요.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배경을 알려면 노론 소론 남인 북인 등 당파가 빠질 수 없고, 당파색을 띠는 사건 가운데 하나가

사도세자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간략하게나마 알려줄 수 밖에 없었어요.

 

사도세자 사건에는 단순히 아버지와 아들만의 갈등이 아니라 왕권과 신권, 노론의 힘을 등에 업고 왕이 되었기에

신하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왕, 그리고 왕위에 집착하여 아들 마저도 정적으로 여겨 거리감을 둔 아버지,

자신들이 잡은 권세를 혹여라도 빼앗기게 될 까봐 미리 선수를 쳐서 세자와 영조의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무리들.

한 집안의 개인사로 볼 수 없는 왕가의 사건이기에 복잡하기만 합니다.

 

사도세자 사건을 둘러 싼 역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할 것이 많을 텐테, 아이들에게 그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하긴 어렵겠지요. 사실 그냥 말로만 설명해 주기는 참 어려운 소재가 아닐 수 없어요. 그런차에 이 책 <사도세자의 슬픔>을 만났습니다.

 

제목에서 짐작이 가듯 <사도세자의 슬픔>은 사도세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입니다.

태어난 지 14개월이 되자마자 세자로 책봉될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선.

그러나 그 과한 기대는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의 선에겐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었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되게 했던 것 같아요. 총명하고 똑똑한 왕자였는데 점점 멀어져만 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참 안타깝습니다.

 

선이 성장하면서 느끼는 불안감, 어려움, 막막함, 어쩔 수 업는 아버지와 거리감, 아버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아들.

똑똑한 아들이었고, 아버지의 기대감을 능히 채울 수 있는 그런 아들이었는데 사랑받지 못하고 편견의 시선 앞에서

한 인생이 사그라 들었어요.

 

영조의 변덕, 선위를 한다 했다가 거둬 들이는 여러 행위들도 마치 세자의 마음을 엿보려는 것 같고,

골고루 세력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세자의 생각, 기대가 너무 과해서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세자의 편이 되어 오해를 불식시켜 줄 인물들이 없다는 것, 어머니, 아내, 장인 등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모습이 참 안 되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결국 스스로도  죽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외압, 아들에 대한 사랑, 죽어야만 아들을 살릴 수 있다고 조장하는 무리들.

죽고 나서야 오히려 숨을 쉴고 자유롭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대로 별이 되었을 지도요. 

 

세손을 지키려 했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과연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지는 소설이에요. 어른이 되어 마주한 사도세자 이야기는 새롭게 가족의 불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역사는 거울이 되어 현재를 비추고, 또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타산지석의 역할을 하기에

사도세자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사를 배우기도 하지만, 또한 가족간의 사랑과 소통의 중요성도 배우게 됩니다.

 

역사를 접하는 어린 친구들이 이 책을 읽으면 사도세자가 참 불쌍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억울하게도 느껴질 것 같고, 과연 영조란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노론은 어떤 세력인지 더 궁금증이 들겠지요.

그리고 역사를 배우면서 스스로 그 조각들을 찾아갈 것 같아요.

 

마침 영화가 개봉되어서 영화와 책을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은 먼저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영화 사도와 책 사도세자의 슬픔은 어떤 메세지를 줄 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