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인간은 항상 미래에 대해 예측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그로인해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은 미래를 상상하며 글을 적었으며 이런 것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흥미거리로 남아 있다.

이미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장미빛 미래인 유토피아 와 잿빛 미래인 디스토피아

’로드’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장을 넘기면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치 상영 시간을 놓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남자와 소년은 부자지간으로 남쪽을 향해 걷고 있다.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여 있으며 인류의 문명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아마도 아주 큰 불이 나서 문명을 불태웠으리라 짐작만 할 수 있다. (작가는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한마디도 없다.) 어찌보면 독자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하는 것 같지만 다른면으로는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같은 것이다. (물론 이야기 중간 중간에 혼합되어 있는 회상 장면도 약간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묘사력은 상당히 뛰어나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을 대재앙 후의 지구로 이동시켜 놓은 것 같다. 더불어 담담한 묘사와 간결한 대화 표현은 삭막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식량의 절대적인 부족 속에서 그들은 생존의 위기와 항상 맞딱드리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부자애 (父子愛) 는 절망 속의 횃불일 것이다.  남자는 헌신적으로 소년을 보살피고 타인의 위협 속 (식량부족으로 식인을 하는 집단의 공격) 에서 그들을 지키고 있다.

삭막한 배경과 메마른 대화묘사 속에서 이러한 부정 (父情)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부자가 남쪽으로 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 들을 설명하면서 진행되는데, 남자는 결국 다른 생존자가 쏜 화살에 부상을 입고 죽게된다. 소년만 남겨두고...

자칫 베드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이야기는, 소년이 다른 남자를 만남으로써 마지막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끝나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년은 남자와 또 다른 길(road) = 희망 을 걸어갈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느낀 것은 '허무하다.' 라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여운을 남긴다고 볼 수는 있지만 왠지 아쉬운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판단일 뿐일까...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는 ’워터월드’ 란 영화가 떠나질 않았다. 물론 이야기의 소재, 전개와 결과가 다르지만 소수가 황폐해진 지구 속에서 투쟁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서 ’환상적이다.’ 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독특한 전개와 화려한 묘사력은 코맥 맥카시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