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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의 기준은 애매모호하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칭송하는 책도 내게 무감동하게 다가온다면 그건 내게 있어 좋은 책은 아닌 것. 때문에 좋은 책이 되려면 저자와 독자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밑줄 긋는 여자>는 자치 '정줄놓'하기 쉬운 각박하고 위태로운 현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하루하루 '밥벌이'로 힘겨워하는 직장인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 이야기'라는 부제나 해외 영업 노하우를 담아낸 저자의 첫 책<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를 떠올리며 '본격 독서 에세이'를 예상하면 곤란하다. 이 책은 오늘도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일 출근을 떠올리며 우울해 하고, 다이어트 때문에 도리질을 치다가도 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걸 행복해 하는 우리네 일상을 건드리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는다.

13년차 직장인인 저자가 풀어놓는 책 이야기는, 그래서 문학평론가나 소설가들이 폼 잡으며 '이렇게 책을 읽어라' 또는 '이런 책을 읽었는데' 하며 늘어놓는 단상과 궤를 달리한다. 맛있는 돈가스를 먹으며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속 한 장면을 떠올리고, 늙고 싶지 않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오쿠다 히데오의 <Girl> 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저자의 모습이, 책이라곤 손에 잡아본 지 가물가물한 사람에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입되게 만든달까.

때문에 저자가 거론하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감정을 확 불러일으킨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저자가 그 책에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에선 그 책을 읽지 않은 독자마저 뭉클하게 만든다. 삶에 매몰되어 가는 직장인들이라면 밑줄 그어가며 읽어볼 만하다. (무비위크, 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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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는여자, 무비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