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선 

그녀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술은 싫지만 술 먹는 분위기가 좋아 술자리를즐긴다지만, 그녀는 실제로 ‘술’자체를 좋아한다. 책도 그렇다.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거나, 읽고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책’ 자체를 좋아해서 그저 읽었을 뿐이다.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의 끝은 차가운 캔맥주, 그리고 책장에 꽂힌 수천 권의 책과 함께였다. 이런 책읽기의 내공이 감성영업으로 이어져 세계 곳곳 바이어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 그 해외영업 노하우를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란 책에 담아내기도 했다. 

그녀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가장 가깝고도 고마운 친구는 책을 읽고 쓰는 독서일기이다. ‘빡세고 드라이한’ 회사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도 책읽기와 글쓰기 덕분이란다. 가장 재미있는 책은 내일 읽을 책이며, 회사원의 눈높이에 맞는 서평을 쓰고 소개해주는 라디오 DJ가 되는 엉뚱한 상상을 가끔, 아니 자주 한다.

_

서강대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CJ와 LG전자를 거쳐 삼성정밀화학 해외영업담당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늘도 여권에 잉크 마를 날 없이 화학 원자재를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Korea MBA)에 재학 중이다. ‘수선이의 도서관’http://www.kleinsusun.com이라는 온라인 서재도 갖고 있다. 


 

❙ 저자 인터뷰

“나에게 ‘책’은 지친 영혼을 위한 보습 마스크이다.”

Q:『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란 직업에세이에 이어 두 번째 책인데, 이번 책은 어떤 독자들을 위해 쓴 책인가?

한 때 “소설가”를 꿈꾸었던 문학도였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말에 소설 작법 강의를 듣기도 했죠. 제 정체성을 말하라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있는 회사원이라고 할까요? 우선 직업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영업 이야기를 첫 책『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에 녹여냈어요. 제 첫 책을 읽고 진로를 ‘해외영업’으로 정했다는 대학생들이나 신입사원들의 메일을 받는데, 저자로서 아주 뿌듯해요. 사실, 제 후배들에게 진짜 해주고 싶

은 말은 제가 읽은 책들 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꼭 써보고 싶었던 ‘독서에세이’를 두 번째로 쓰게 되었어요. 바쁜 회사원이 언제 책을 읽고 독서일기까지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역설적으로 책읽기와 글쓰기는 제가 힘든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돌파구였습니다. 『밑줄 긋는 여자』에 실린 28편의 독서에세이들은 6개월간 카페인으로 버티며 잠을 줄이고, 알토란같은 주말을 온전히 바쳐서 쓴 글들입니다.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제가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듯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오랜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같은 하늘 아래서 빡세고 드라이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문득문득 덜컥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과 조바심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Q: 감성영업의 베테랑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책이 당신의 감성영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어떤 영업이나 그렇겠지만 해외영업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고객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제대로 영업을 할 수가 없죠. 또한 상담을 할 때,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누구를 만나건 공통된 화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려면 다양한 ‘콘텐츠(contents)’가 내재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요즘 ‘문화지능’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콘텐츠나 타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이『하룻밤에 읽는 OO역사』같은 책을 읽어서 생기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 타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의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 책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출근해서, 까칠한 인간관계와 반복되는 업무에 시달린다. 직장인으로서 ‘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는?

저도 달인이 아닌데, 이런 질문에 답하려니 쑥스럽네요. 저는 KBS <개그 콘서트>를 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달인>이라는 코너를 좋아합니다. 그 코너에서 ‘엉터리 달인’으로 출연하는 김병만은 2000년에 데뷔한 이후로 개그 콘서트에 빠진 적이 없답니다. 그 ‘꾸준함’을 보면서 그가 진짜 달인이 아닌가......생각한답니다. “달인의 길은, 길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또 “10년이면 일가를 이룬다.”는 말도 있는데요. 이런 진부한 말들에 진실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건, 회사원이건 개그맨이건 피아니스트이건, 가장 중요한 능력은 뛰어난 재능이나 전략이 아니라 준비된 채로 기다리는 능력, 포기하지 않고 버텨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기회가 오기 전에 포기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Q: 최근 독서에세이와 차별화되는 『밑줄 긋는 여자』만의 강점은?

제 글은 다소 투박할 수는 있지만 솔직하고, 회사원으로서의 일상이 가감없이 담겨 있기에 “아, 나도 나도!” 하고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매주 주말마다 원고를 쓰면 월요일에 후배들이 모니터링을 해줬는데, 후배들이 제가 소개한 책들을 읽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기존 독서에세이들을 보면 제목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어려운 책들 일색이라 기가 죽거나 주눅이 들곤 했는데, 제 독서에세이를 읽으면 ‘오늘 일찍 퇴근해서 서점에 들러야지!’라는 유쾌한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제 독세에세이는 책을 위한 책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에 용해된 책이야기’랍니다.  

Q: 다음에는 어떤 책을 쓰고 싶은가?

이번에 책을 쓰면서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책을 쓰지 말아야지!’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으면서도, 탈고를 하고 저도 모르게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는 제 모습에 놀랐어요.(웃음) 다음 책은 ‘문화의 다양성’을 중심 테마로 한 독서에세이, 또는 <문과생을 위한 MBA(가제)>를 써보고 싶어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테마는 지난주 이스라엘에 출장 갔다가 독특하고 이질적인 문화에 반해 써보고 싶다는 의욕이 더더욱 강해졌고요. <문과생을 위한 MBA>는 문과대(독문과) 졸업생으로서 MBA를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저의 체험담을 담아 회계 또는 재무라는 말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문과생들을 위한 MBA 가이드입니다.

❙ 저자 관련 기사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2008.4.15 조선일보)

<화젯거리를 달고 살아라>(2008.3.10 문화일보)

<글로벌 여전사 ‘작업의 정석’>(2008.3.7 데일리노컷뉴스)

<책으로 보는 Biz People>(2008.3.5 파이낸셜 뉴스)

<저의 해외영업 비법은 풍부한 대화 콘텐츠>(2008.2.29)

<한국의 책쟁이들>(2007.5.3 한겨레신문)

 

 

밑줄긋는여자, 성수선, 저자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