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호 자서전 동행》 인터파크 북피니언 편집자 후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고백합니다. 저는 정치를 싫어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신문을 볼 때도 지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정치 면은 슬쩍 헤드라인과 사진 정도만 훑어보고 건너뛰곤 합니다. 언젠가는 투표 날에 ‘소중한 휴일’이니까 하며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정치에 관해서 저는 ‘무개념’ 인간인 것이죠. 이렇게 고백하고 나니 참으로 부끄럽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한국 현대사의 모든 것

이런 제가 인생의 8할이 한국 정치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의 작업을 맡게 됐으니, 참으로 눈앞이 아찔한 일이었지요. 게다가 완성된 원고의 방대한 분량 앞에서는 그야말로 ‘OTL’이었습니다(초고는 지금 책의 두 배 가량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 일? 제가 금세 원고를 다 읽어버린 겁니다. 평소에 작업하는 책의 분량보다 몇 배는 많은 데다, 내용도 제가 그렇게 관심 없어 하는 정치 얘기가 가득한 원고를요.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대답을 하기 전에 잠깐 책의 한 부분을 보여드릴게요.

사돈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통 관료로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딸이 고문당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홍업이가 장인 보라고 광주항쟁 비디오를 틀어놓고 나왔다고 했다. 며느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수북이 쌓여 있더란다. ―;

이희호 여사의 바깥사돈(둘째 아들의 장인)의 일화입니다. 5공화국 시절에 고위 공무원을 지낸 분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특사(?)로 미국 망명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왔다가 딸과 사위를 통해 자신이 까맣게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된 것이죠.

그렇습니다. 저 역시 그동안 제가 전혀 몰랐던, 혹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우리 한국 현대사의 내밀한 이야기에 빠져 한달음에 원고를 읽어 내려갔던 거예요. 이 책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그리고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한번 집어들면 ‘정신줄’을 놓고 책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답니다. ^^  

고난의 生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조각들

지금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 《동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실제로 얼마 전에는 서울 시내 한 서점에서 저자 사인회를 갖기도 했답니다. 놓치신 분들은 12월 13일 토요일 오후 4시 2차 사인회를 노려보시길… 후훗…).

 

    

 

 

 

 

  ▲ 1차 사인회 풍경(2008년 12월 7일)

모진 시련 속에서도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고 질곡 같은 시간을 이겨낸 이 여사의 이야기는 하나의 희망의 증거로서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기도 하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용기를 얻었다. 지금 나의 상황은 이 여사의 삶에 비하면 무척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 책을 통해 힘을 얻고자 한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개인적인 아픔 등으로 무척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이 책을 읽고 힘과 용기를 얻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꼭 행복한 순간이 오리라 믿게 됐다”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요즘 ‘반 토막 난 펀드’에 치솟는 환율과 물가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피하지 말고 끝까지 풀어낼 수 있는 힘과 용기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