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과 오징어잡이배, 빵공장을 떠돌다 입산하여 행자생활을 하고, 다시

또 베트남전에 차출되었던, 아픈 방랑의 시간들이 그대로 소설이 되었다.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혀온 그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어느 때

보다 더 아프고, 어느 때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작가의 첫사랑 얘기가 나오면 독자들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머니와의 일화가 나오면 독자들은 모두 자기 어머니를 떠올리며 대화를

나눴다. 작가의 분신인 작중인물 준이처럼 실제로 무전여행을 떠난 독자도

있었다.

"나는 이 소설에서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에

대하여 썼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 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개밥바라기별』은 황석영이 작정하고 쓴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준이 겪는 길고 긴 방황은 실제 작가 자신의 청춘의 기록이기도

하다.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으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에 이르는

상처를 헤집어 그 시절과 다시 대면하는 작가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돌아보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한다. 『개밥바라기별』은 바로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또 상처 받는 시기가 있다.

작가는 그 시절의 아픈 기억들을 꺼내 보임으로써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

해 가는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 황석영이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준이의 신산하고도 아름다운 도정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 산하의 장엄하고

도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기억은 늘 거기

있는 람들과  함께 남는다'고, '간이 맞는'친구들이 함께 있는 풍광이어서

더없이 아름다울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북한산 자락 암굴에서의 밤, 준이가 면벽하여 자신과 대면하여 침잠하고

있을 때 준이의 귓바퀴에 가득 들어차던 벌레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온갖 소리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장면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페이지

는 다시 없을거라며 전율했었다. 그러나, 준이가 그토록 '엄청나게 힘든 상대

를 껴안고 자기 속의 '아름다운 년'을 찾아 묵묵히 걸어가는 길목 길목에 황홀

하게 펼쳐지던 노을의 시간들에 나는 또 온통 정신을 빼앗기게 되었고..

물속에 텀벙 들어가기가 아까울만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신탄진 강변에서

‘대위’와 함께 급기야 개밥바라기 별을 만나게 되는 장면의 아름다움과 애틋

함으로 숨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