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 추억은, 별미

 

새벽 2시같은 책이다.

주위가 조용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나의 감성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며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시간.

그런 감성이 가득한 책이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하는 이야기책.

추억은 별미... 제목처럼 추억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특별식도 아니고 매일먹는 밥상도 아닌 가끔 생각나는 별미 같은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같은 시대를 자라고 살고 있는 나는 많은 공감을 느끼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음에 신기하기도 하였다.

 

함바집에서 식도락의 기초를 다지고 미식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다소 엉뚱한 저자의 경험이 크게 공감되는건 왜일까?

깻잎튀김 맛있는 줄 알면서 혼자만 먹는 남자랑은 절대 만날수 없으며 실패로 끝난 밀가루 발효종 실험에서 연애의 법칙을 배웠고

선물용 베이킹을 하면 꼭 실수하는 징크스를 가진 저자의 일상들이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내 친구 이야기 같은 편안함이 있다.

 

책에는 추억중 유년시절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씨래이션'

미군전투식량인 이것은 나에게도 추억의 별미중 하나이다. 어릴적 미군부대에 근무하시던 외삼촌 덕분에 외삼촌이 우리집에 오시는

날이면 항상 들고 오셨던 씨래이션을 그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나였으니까... 아마 외삼촌보다 씨래이션을 더 기다렸던것 같기도 ^^;

특히 봉지만 열면 나오는 햄버거처럼 생긴 고기에 홀딱 반했으니.. 아마 그때부터 내 식성은 아메리칸 스타일이 된것 같다.

중3이후 외삼촌이 제대하셔서 더 이상 맛볼수 없게 된 씨래이션이지만 아직도 그맛은 내 기억속에 생생하다..

 

그리고 내가 몇번이고 읽었던 부분인 '분노의 비빔밥'편.

누구나 살면서 짜증나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하고 우울할때가 있다. 그럴때면 습관처럼 만들어 먹는다는 분노의 비빔밥.

인생이 정말 비빔밥 같다. 화같은 열무김치,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미래인 부추김치, 마른 감정같은 멸치볶음, 사그라든 열정같은

시들한 상추, 정체모를 분노같은 고추장과 참고 참았던 눈물같은 참기름등을 넣어서 만든 분노의 비빔밥을 먹으면서 애당초 맛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상외로 맛있는 비빔밥 한그릇에 행복해지며 내일이 생기는... 인생이 그런것 같다.

언젠가 길을 걷다가 오픈한 라쟈냐 키친을 발견한다면 그곳에 들어가 어떤 메뉴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별미 한그릇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