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앤비즈]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우선 나는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을 펼치기전 내가 알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신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 6개국어에 능통하시고 대구출생. 그리고 추기경님의 이미지는 빨간 베레모(?), 명동성당...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고 티비에서 본 40만 조문행렬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거의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그분을 기억하고 곁에 계시는것 마냥 느끼는것은 왜 일까?

김수환 추기경님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읊으셨다던 고은님의 애송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이렇게 햇살좋은 가을날 그분의 음성을 듣는 마냥 나역시 '친전'을 통해 그분의 편지를 읽게되어 한 없이 기쁠 따름이다.

 

  책을 한페이지, 한페이지.... 아니 편지한장, 한장을 읽으면서 한없이 이기적이고 나와 가족, 주위사람들만의 안위를

생각한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수많은 해를 불면증으로 고생하시고 수면제 또한 효과가

없을 정도로 김 추기경님을 잠들기 못하게 한것은 바로 나라,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함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았던

김수환 추기경님.... 어둠속의 여성, 에이즈환자, 외국인노동자, 탈북자, 다문화가정, 장애인, 노숙자등..... 추기경님에게는

그저 당신이 보살펴야할 양떼였던 것이다.

 

  특히 오늘날의 민주화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정의'가 없었다면 과연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민주화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시고 행하셨던 행동들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의 감동 그 자체라 감히 말하고 싶다.

1987년 전두환정권 말기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의 사건속에서 추기경님은 '나를 밟고 가시오' 라는 말을 하셨다.

지금의 나는 이 한마디가 마냥 감동으로 느껴지지만 그 당시의 추기경님의 심정은 어떠하셨을지... 생각해보면 뭉클하고

눈물이 날것만 같다. 하지만 함께하지 못한 '5월의 광주'를 더 가슴아파 하셨던 분.

 

  요즘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정치가는 목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추기경의 말씀이 언중유골처럼 들리기도 한다.

'참 목자는 위기에 몰리면 목숨을 내놓아 양떼를 지키고 여의치 않으면 들판에서 밤을 새울 줄 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농민, 노동자, 도시빈민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면 좋은 말씀을 부탁한다는 정치가에게 '나에게 들으려

하지말고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으라' 는 쓴소리까지 하셨던 추기경님.... 친전 속 추기경님의 말씀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것이 없고 나에게는 멘토링이 되는 말씀이 가득하였다.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하시지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게 많아서 읊어볼 생각을 못하셨다던 추기경님.

당신의 고백같지만 나에게 하시는 말씀 같아서 가슴이 뜨끔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늘 가난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그래서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편에서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려고 애쓰신 추기경님의 말씀, 행동 하나하를 마음 깊이

새기고 연민이나 자선이 아닌 사랑으로 가득한 내가 되기 위해 난 김수환 추기경님의 친전을 오래오래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