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사와무라는 최고 인기 구단 오리올스의 2년차 좌투수이다. 젊고 능력도 있고 귀한 좌투수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거리가 되는데 거기다 오리올스 투수이니 매스컴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사와무라는 이 모든 것에 시큰둥해 했다. 자신이 인기구단의 선수라는 것에 별 관심도 없고 오히려 언론의 관심을 귀찮아했다. 또 대학때 잠시 야구를 쉬었던데다 미국에서도 변변한 활약이 없었는데도 프로구단에 지명된 행운에 감사하기보다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마인드였다.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는 재수없을 수 있는데, 사와무라는 동료들과의 벽이 생기건 말건 자신의 공을 던지고 몸을 만들기에만 전념했다. 코치들의 지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여기면 따르지 않고 할 말은 꼭 하는 그는 확실히 예쁨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야구선수가 야구만 잘 하면 된 거 아닌가. 인기에 취하고 우쭐해하지 않는 점이 그를 진짜 야구인처럼 보이게 한다.

 

오리올스 경기가 있는 날은 무조건 매진이고, 신문 1면을 언제나 장식하는 이야기는 일본의 최고 인기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떠올리게 한다. 이승엽 선수 때문에 일본 야구를 많이 봤었고 요미우리에 대해서 좀 알게됐는데, 책에 나오는 오리올스와 많은 유사점이 있었다. 2군 경기도 많은 팬이 찾아온다거나, 타 팀의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거액을 들여 사 온다거나 하는 모습이 말이다. 그리고 시와무라가 휘말리게 된 승부조작 사건은 얼마전 한국 프로 야구에서 발생한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 스포츠 종목에서 하나 둘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는걸 보면서 많이 놀랐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에서까지 발생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전도유망한 두 명의 젊은 투수들이 관여된 일이라 충격은 배가 됐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본인 인생 뿐 아니라 야구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팬들을 농락한 승부조작 사건은 다신 나오지 말아야 할 범죄이다. 

 

일본, 한국 야구계가 저절로 떠올려져서 더 집중하면서 읽게 됐는데 인기구단,언론,승부조작, 선수들간의 경쟁, 경기장에서의 뜨거운 승부 등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거리가 충분했다. 프로에 입단 하기전 뛰었던 야구팀에선 사와무라 혼자만이 에이스였다. 야구는 혼자만 잘해선 이길수 없는 스포츠 이기에 매일 지기만 했지만, 같이 뛰었던 선수들로 하여금 진짜 야구를 하는 즐거움과 긍지를 심어주었다. 그 전까진 자신을 위해 공은 던진 사와무라 였지만 그 후 부터는 팀을 위해 던지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게 됐다. 그러다 프로에 오게 됐지만 동료들과 끈끈한 결속 없이 겉돌기만 했다. 그러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사와무라에게 최대 위기가 닥친다.

 

사건의 시작은 괴한의 습격이었다. 처음 보는 한 남자가 갑자기 사와무라를 폭행했고 알수없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영문도 모른채 두들겨 맞은 사와무라는 괜히 사건이 커지는게 귀찮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그게 잘못이었다. 그 남자가 2명의 일행과 나타나 또 한번 폭행을 가한 것이다. 첫번째는 집앞 이었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만, 두번째는 선배가 연 축하파티장 근처였고 기자들이 즐비했기에 언론에 나가게 됐다. 사와무라는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언론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폭행을 당했을리 없다며 이런 저런 추측을 쏟아냈고 구단은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다. 인기구단의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사건을 마무리짓기위해 사와무라를 인터뷰 하지만, 당사자도 영문을 모르니 소득은 없었다. 그런데 구단에 사와무라가 승부조작을 했다는 투서가 들어오면서 사건은 커지기 시작한다. 사와무라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기자들에게도 투서가 간 이상 어떻게든 해명을 해야만 했다. 대체 누가 사와무라에게 억하심정을 품고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꾸미는 걸까? 손 놓고 있을수만은 없던 사와무라는 자신이 직접 사건을 해결하기로 한다.

 

다행히도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의외로 뛰어난 머리 회전을 가진 사와무라는 조금씩 진실을 향해 다가가지만, 그럴수록 범인의 공격은 거세지고 자꾸 압박해 온다. 언론은 그를 힐난하고 팬들은 야유하고 동료들도 못볼 걸 본 것 마냥 멀리한다. 워낙 팀에서 겉돌던 그였지만 보통 사람의 심장으로는 벤치에 앉아있기도 힘들텐데, 그는 감독에게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겠다 약속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몸 여기저기가 정상이 아닌데도 말이다. 인기팀과 비인기팀, 떠오르는 신인과 은퇴를 바라봐야 하는 고참,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기 위한 몸부림 등이 비극적인 사건을 만들게 한 원인이었지만 가해자든 피해자든 한가지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 모두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사와무라의 최고의 경기가 가장 절박하고 힘든 순간에 터져 나왔다는 게 더 극적인 감동을 이끌어낸다. 범인의 정체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멋진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