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가와 도쿠야 작가가 만들어낸 탐정은 기본적으로 명탐정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고 편한 탐정이 대부분이다. 명석한 두뇌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이 분이라면 어떤 미스터리 사건도 다 풀수 있겠어!'라는 신뢰를 주진 않지만, 의외의 곳에서 반짝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엄청난 카리스마 대신 탐정이라기 보다는 미스터리 사건을 좋아하고 잘 푸는 옆집 아저씨 같은 탐정이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여고생 탐정을 등장시킨다. 야구와 탐정을 좋아하는 키리가미네 료 라는 캐릭터인데, 이 이름이 중성적 인 모양이다. 게다가 에어컨 브랜드명과 같아서 놀림 꽤나 당했는데 전철 이름과 같은 형사 콤비도 등장하며 역시 작가다운 귀여운 유머가 쏠쏠하게 나온다.

 

이 책은 키라가미네 료 주변에서 발생하는 8개의 사건이 나오는데, 보통은 주인공이 다 해결하지만 이 책은 주변인들이 탐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료 가 진짜 탐정이라기 보다는 탐정부 부부장 이고, 자신도 배워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수도 하는데 그걸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짜잔하고 사건이 해결된다. 평범한 여고생의 학교 생활에 뭔 이리도 많은 살인 미수 사건과 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가벼운 책의 분위기 답게 죽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독을 마신 할아버지도 료와 친구가 구해냈고, 목이 졸린 여자도 료와 선생님이 구해냈고, 난데없이 옥상에서 동기생이 뛰어내려 선생님이 깔렸지만 다행히 두명다 무사했으니 말이다. 심각한 상황이 될 뻔 하지만 가까스로 벗어나는데, 이런 상황이 탐정을 지향하는 료 입장에선 좋은걸까 나쁜걸까? 일단 사건이 많이 발생하니 실력을 쑥쑥 쌓는 기회는 많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좀 무섭긴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이 코이가쿠보가쿠엔 고등학교 탐정부 시리즈 번외편 이라는데 정작 본편인『초보 탐정들의 학교』,『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가 번역이 안 되어있는데 어떻게 된걸까. 어째서 우리나라는 시리즈를 처음부터 번역하지 않고 왔다갔다 하는건지 모르겠다. 데니스 루헤인 작가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도 순서대로 출간이 안돼서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말이다. 어여 본편이 출간돼서 차례대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