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이카가와 시 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전작들에서 활약한 우카이 모리오 사설탐정과 경찰과 몇몇 중요 인물들이 등장해 밀실살인사건을 파헤친다. 최고로 운이 나쁜데다 머리회전까지 잘 돌아가지 않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다가 자형인 우카이 탐정에 의해 가까스로 혐의를 벗어난 도무라 류헤이는 이번엔 아예 탐정의 제자로 들어가게 된다. 셜록 홈즈와 왓슨처럼 믿음직한 콤비는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코믹하게 펼쳐지는데, 이 콤비에게 또 한명의 멤버가 들어오게 된다. 우카이 탐정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집주인인 젊은 여성 니노미야 아케미가 바로 그 주인공 이다. 1년 월세를 내지 않는 탐정을 닥달하다가 우연히 사건의뢰 현장에 있게 됐고, 자연스레 그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우카이와 류헤이 콤비의 엉뚱한 행동을 바로잡을수 있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지만, 엉뚱한 면도 있어 의외로 우카이와 쿵짝이 맞기 때문이다. 본인은 그 사실에 진저리를 치지만, 눈빛만으로도 그의 의중을 파악할수 있으니 어쩔수 없이 함께 할 운명이다. 그리고 또 우카이 모리오와 대결아닌 대결을 펼치게 되는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도 등장한다. 이 도시엔 이 형사들밖에 없는건가 싶을정도로 수수께끼 같은 사건엔 꼭 부딪치게 되는데, 과연 이 책에선 어느 팀이 먼저 진실을 밝혀낼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사설탐정 팀과 형사 팀이 얽히게 된 사건의 시작은 총기 도난이었다. 폭력혐의로 체포하러 간 용의자가 난데없이 총을 꺼내 시키 형사를 향해 쐈고, 도망갈데가 없어진 용의자가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총기소유가 불법인 일본이니 용의자가 불법무기를 가지고 있을거라는 예상은 단 1%도 하지 않았을터라 많이 당황스러운데다, 용의자의 시신 곁에 있어야 할 권총 한자루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하필 그 시각에 근처를 지나간 누군가가 권총을 가져간 거라는 결론을 내릴수 밖에 없었고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는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라는, 실현 가능성 제로인 소원을 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안가에서 노숙자가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주죠지 저택에서 또 총기 사고가 발생하며 사건은 점점 커져진다. 그리고 이 두 건의 사건에 우카이 탐정이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자연스레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죽은 노숙자는 평소 정보원으로 알고지낸 사람이고, 주죠지 저택의 주인은 의뢰인 이었기에 사건 당일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벼랑 끝과 연결되어 있는 저택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 한명이 죽고, 한명이 중상을 입게 되고 우카이 탐정도 약간의 생채기가 나는 사고를 당한다.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의류와 총은 발견되었지만 다른 흔적은 찾아볼수 없었기에 사건은 난항에 부딪치게 되는데, 풀어가는 과정의 설명이 너무 길고 예상되는 것이어서 그런지 추리 부분에 많은 관심이 안가게 됐다. 오히려 둔한 류헤이와 의외로 폭력적인 아가씨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이라던가,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의 만담 이라던가 하는 자잘한 부분이 웃음을 주어서 가볍게 읽을수 있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우카이 탐정의 추리 쇼가 있기 전까진 대부분 농담 따먹기로 일관하는데,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한없이 가볍게 만들어준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수도 있겠다 싶은게, 이 시리즈의 책을 3권째 읽었더니 매번 비슷한 이야기 구조에 살짝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읽을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는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니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어 기대가 된다. 그렇다고 우카이 탐정 시리즈를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어수룩하지만 어쩌면 천재일지 모르는 독특한 탐정과 주변 인물들의 활약상은 또 보고싶다. 단, 조금 더 있다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