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색 눈의 피에르 할아버지는 양배추를 싫어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양로원이 아니라 초등학교라고? 이건 오타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닌 사실이다. 일흔다섯 살의 피에르 할아버지는 기술자로 살았지만 은퇴를 하게 되자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지루해했고, 자신이 쓸모없다는 느낌까지 들어 시무룩해했다. 그러면 즐거운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피에르 할아버지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즐거웠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로 돌아기로 한다. 다행히도 학교에선 허락을 했고,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낡은 책가방을 꺼내들었다.

 

 

담임인 파파니 선생님은 유독 피에르 할아버지에게 상냥해 반 친구들에게 "선생님은 피에르만 예뻐해!"라는 말을 듣는데, 자신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혹시 선생님 아버지가 내 어릴 적 친구라서 그럴까요? 라며 되묻는다. 잘 아시면서~!

 

 

아이들보다 훨씬 키가 크니 자연스레 교실 뒤쪽에 앉게 된다. 맨 앞에 앉으면 같은 줄 아이들은 칠판 대신 피에르 할아버지의 머리털 세가닥만 보게 되니 말이다. 안경을 쓰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피에르 할아버지. 여러 애로사항이 있지만 로랑이라는 단짝 친구도 생기고 학교 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특히 옛날 학교 이야기가 나오면 선생님이 대신 수업을 하라고도 한다. 산 증인 이라고 할까? 아이들은 선생님 외에도 피에르 할아버지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받는 셈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육시간 이지만 피에르 할아버지에겐 고역이다. 조금만 뛰어도 무릎에서 뚝, 팔에서 뚝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안경을 벗으면 공이 날아오는 것도 잘 보이지 않고, 트램펄린에서 뛰다가 옆으로 떨어지니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 하다. 할아버지, 조금 쉬세요. 그러다 다치겠어요! 조금 무리를 했는지 쉬는 시간엔 벤치에 앉아 쿨쿨 잠이 들어버렸다. 이 모습에 선생님과 아이들은 웃음보가 터진다.

 

나이도, 체격도, 체력도 모두 다르지만 피에르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똑같은게 있는데 그건 바로 이가 빠진다는 것.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빠지고, 아이들은 새 이가 나기 위해 빠지는게 다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 눈은 파랗고 뺨은 발그레하고 코는 오뚝한 전학생 마리에게 반한 것이다. 어린 여자 아이라고 하는데 설마 피에르 할아버지, 마음도 진짜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죠? 그런데 어린 여자 아이 마리의 나이는 예순일곱 살 이란다. 푸하하! 할아버지에겐 어린나이가 맞다. 휴~깜짝 놀랐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랑에 빠져버린 피에르 할아버지. 이제 학교 다니는 재미가 하나 더 늘으셨네요~!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 생활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