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벌레를 싫어한다.
그런데도 이 책을 서평도서로 신청한 것은 단지 다 읽고 난 다음에 곤충을 유달리 좋아하는 조카에게 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며 슬며시 웃음이 자꾸 지어지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애벌레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다니...

이 책의 주인공인 애벌레 말캉이는 사유하는 애벌레이다.
궁금한 것 못 참고, 심심한 것은 더 못 참는 못 말리는 천재 애벌레다.
태어나면서 처음 만나게 된 친구 뽕나무와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깨달아 가고, 스스로 행동하고 여행하는 중에 많은 동물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우리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끊임없이 사색하는 말캉이가 오히려 더 인간답다고 해야 할까?
말캉이는 스스로 생각하며 성장한다. 
말캉이를 보며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
생각하는 걸 귀찮아하는 요즘의 우리 아이들...과연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껍질을 깨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제발 기우이길 바라면서...

말캉이는 비록 나비가 아닌 나방이었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인생의 또는 엄마로서의 환희를 깨닫는 과정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듯이...
그리고 이 책에서 정의하고 있는 단어들의 새로운 뜻은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다.
어른들도 꼭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애벌레, 엄마, 인생, 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