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읽었다. 제목과 표지가 시선을 끌었고,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등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이 추천했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읽어보니 역시, 라는 말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나오키상 수상작들 읽고 실망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만족도가 커서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일단은 읽고 보는 편.... 이번에 읽은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총 6개의 단편(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멀리서 온 편지.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때가 없는 시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단편 소설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쓸 때면 보통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한두 개 있기 마련이다. 근데 이 책은 6편 전부 조금씩 다 기억이 난다. 아니, 6개의 이야기가 모두 분명하게 기억난다. 엄청 신선하고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고 익숙한 이야기인데 그래서인지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더 그 이야기에 푹 빠져 읽었던 것 같다. 감동 받아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너무 슬퍼 결국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6편의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그래도 한두 개의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역시 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마 마지막 부분 때문에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어느 인적 드문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이발소. 손님을 위한 자리는 단 하나뿐인 특별한 이곳의 이발사는 유명 배우와 저명인사들만 관리했다고 한다. 어느 날, 이 이발소에 한 젊은 청년이 찾아오는데... 중요한 날을 앞두고 멀리서 찾아온 청년과 처음 만난 그 청년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 놓는 이발사의 이야기. 그들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마지막에 정말 펑펑 울었던 이야기였다. 담담해서 더 슬펐다.

 

아끼던 딸을 잃고 슬픔에 빠져있던 부부가 딸을 대신해 성인식에 참여하면서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였던 ‘성인식’도 기억에 남는다. 15살인 딸을 먼저 떠나보낸 부부는 5년 동안 우울 속에서 자책하며 살아간다. 딸이 죽고 5년이 지나 딸이 성인이 될 무렵, 남편은 아내에게 딸 대신 성인식에 참가하자고 말한다.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부부는 염색도 하고, 옷도 고르고,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지만 아무래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성인식을 열심히 준비하는 그 과정이 귀엽고 웃기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느껴져서 찡하기도 했다. 어쨌든 성인식에 참가하여 딸의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딸을 기억하고 그러면서 아픔을 극복해가는 모습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다가온 상실의 순간,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면서 잔잔한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