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경>은 시대별로 유명한 논변가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각 인물들의 ‘말하는 스타일’을 보다 깊게 알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석이 각주로 달리지 않고 책 가장 뒷부분에 모아져 있다는 것이 불편하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시대,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라 주석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책’임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간언(諫言)’을 듣는 입장에서 무엇이 나에게 살이 되고 뼈가되는 말인지를 구별하여 듣는 법이다. 예로부터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은 자에게는 아첨을 하는 이도 간언(諫言)을 하는 이도 많았다.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바른’ 목소리를 구별하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쟁경>에는 바른 길로 인도하는 신하의 충언을 무시하고 파멸한 왕부터 ‘바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천하를 호령한 왕까지 다양한 지도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충언이 나를 괴롭고 아프게 할지라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는 자세의 중요성을 배운다. 더불어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깨닫게’ 하기 위해 지혜롭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게 된다. 때문에 <쟁경>을 읽는 두 번째는 바로 ‘간언(諫言)’을 올리는 입장에서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옳은 길로 인도할 것인지 지혜롭게 말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직언일 수도 있고 듣는 이를 배려한 완곡한 어법일 수도 있고 수수께끼와 같이 금방 이해가 되지 않는 논변일 수도 있다. 상대와 상황을 고려한 각각의 논변을 보며 다양한 ‘말하는 법’을 배울 수가 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선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이 생각하여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쟁경>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답을 논한다. 이 속에서 독자는 각자 자신의 답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우며 지혜롭게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작게는 부모님께 용돈을 더 받기 위해서부터 크게는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래처와 협상을 하기 까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설득과 논쟁과 협상의 순간을 겪게 된다. 그러한 중요한 순간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를 <쟁경> 속 100명의 사람들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다.